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6-23 10:10:34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24∼25일·네덜란드 헤이그)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산적한 국정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불참 이유로 들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적기로 꼽혀왔다.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나토 불참으로 양측 회동이 또 한 번 무산되면서 한미정상회담은 더욱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오후 6시 10분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사실을 알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 왔으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엔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은 또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불발케 한 중동발 정세 불안이 또다시 돌발 악재로 떠올라 회담 성사의 장애물로 작용한 셈이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제기됐다. 나토 정상회의가 당장 시급한 현안인 한미 통상 협상 시한(다음 달 8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할 기회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참석 전망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틀째였던 1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중동 무력 충돌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해 회담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가장 근접한 계기'에 회담을 재추진하기로 한 상태였다.
대통령실은 마지막까지 이 대통령 참석 여부를 고심하다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불참 결정의 이유로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국내 현안'은 야권의 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국회 심사를 앞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일 것으로 보인다.
핵심적인 불참 이유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확전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한 것이 불참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데 대한 경제 대응 지휘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지막 결심을 하는 데 경제 문제가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며 "국제유가 문제 등이 국내 경제 상황을 일순간에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다음 이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을 본격 준비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예정된 한미 통상 협상 시한인 '7월 8일' 전까지 이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대국 공식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은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데다, 최근 중동 정세가 워낙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늦어도 8월 전에는 방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본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8월까지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나,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첫 정상회담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야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 결정이 '외교적 실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며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후 NATO까지 불참한다면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전략 파트너가 아닌 신뢰 보류국으로 볼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