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락 씨의 할아버지 김석출 명인의 별명은 ‘샤먼 킹’이었다. 김 명인은 강원도와 경상도 동해안 일대 큰 굿판을 도맡는 세습무가를 이뤄 명성을 떨쳤다. 김 명인의 할아버지 김천득 씨가 어느 날 굿청에서 반한 무녀 이옥분을 소실로 들여 그때부터 세습무가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김 명인은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형의 집에서 자라면서 일찍부터 굿판을 따라다니며 생활했다. 어려서부터 굿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강해 장구뿐만이 아니라 호적에도 능해, 호적시나위를 짜는 명인으로 성장했다.
1985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의 악사로 인정받았다. 1982년 일본 도쿄국립극장 초청공연을 비롯해 1994년 교토·오사카 공연, 1995년과 1996년 요코하마 페스티벌 참가, 1996년 유라시안 에코스 호암아트홀 공연, 1997년 영국 런던 로열홀 공연을 통해 동해안 무속음악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남사당패의 후예 김덕수도 김 명인에게 배웠다.
호주를 대표하는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김 명인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Intangible Asset No.82)’으로 만들어 2009년 더반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사이먼 바커는 2005년 김 명인이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가족들이 그의 병을 다스리기 위해 굿을 하고 있을 때 만났다고 한다.
사이먼 바커는 2013년 부산에 한 달간 머물며 부산 LIG아트홀에서 공연도 펼쳤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 재즈를 배우는 학생들은 브라질, 쿠바 음악은 배우지만 부산 음악, 한국 음악은 배우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국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 씨의 어머니 김동연 전승교육사를 비롯해 영희, 동언 씨 세 자매 역시 동해안별신굿 무업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