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언 BIFF 부집행위원장 “젊은 관객 유입에 대한 고민 계속 이어져야” [BIFF 2026]

“앞으로 30년은 어떤 가치 담을지
관람 넘어 축제 경험 제공이 중요
일반인 다음 해도 다시 찾게 해야”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2026-09-16 14:42:45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부산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부산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31번째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모든 사무국 직원과 스태프들이 마지막 힘을 쏟는 가운데 집행부 업무와 프로그래머 업무를 동시에 맡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이다. 오랫동안 프로그래머로 활동해 온 그가 지난 3월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되고 맞는 첫 영화제로, ‘데뷔전’을 앞둔 얘기를 들어봤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해 다른 문제나 상황이 생겨서 쉬워지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며 느낀 소감이다. 직전 영화제가 폐막한 지난해 11월부터 준비 태세에 돌입했음에도 여전히 여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바쁘다는 전언이다. 영화제 개최 요일 변경과 특별 기획전 등을 연초에 결정하고, 지난 5월부터 영화 선정과 게스트 섭외에 매진하며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작품 초청 여부나 게스트 확정 등 영화제 직전까지 요동치는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올해 부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1인 2역’에 가까운 업무를 소화하는 중이다. 그는 “부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가 일이 몰리는 시기는 겹치는데, 업무 특성은 또 다르다”며 “요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과거 지도부 공백이 있었던 때와 달리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조금 안정감을 갖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2회차를 맞는 경쟁 부문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그는 지난해 경쟁 부문 신설에 대해 “배급사나 제작사, 감독들은 경쟁을 선호하는데,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개막작 한 편에만 무게를 싣던 것에서 벗어나, 경쟁 부문의 수작 여러 편을 직접 선정할 수 있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경쟁 부문의 안착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안착했다고 평가하기는 시기상조”이라며 “비경쟁에서 경쟁으로 전환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당장 1~2년 만에 경쟁 부문의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쟁 부문과 다른 섹션의 차별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가령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의 차별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BIFF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예매 시스템’에 대해서도 올해는 여러 변화를 주었다고 전했다. 지난해를 비롯해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불안정해 관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았던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박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 특성상 트래픽 과부하가 쉽게 걸리는데, 지난해 개막식 예매 때 그 문제가 터졌다”며 “올해는 트래픽 분산과 방지를 위해 예매 시스템을 전면 개선했고, 한 사람이 여러 영화를 한꺼번에 예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

인터뷰가 반환점을 돌 무렵, 박 부집행위원장이 꺼낸 진중한 화두였다. BIFF의 지난 30년이 세계적인 영화제로 도약하기 위한 ‘외형적 성장과 생존’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어떤 가치를 품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한마디였다. 오늘날 젊은 관객들에게 영화가 자칫 너무 길고, 무겁고, 여러 제약이 따르는 매체로 느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함께 묻어났다.

그는 “젊은 관객 유입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영화를 보러 오는 젊은 관객들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축제로서의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하나의 소비 콘텐츠일 뿐이며, 그와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가족 관객층에 주목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연령대에 접어들면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축제는 모름지기 다 함께 즐기는 것이어야 하는데, BIFF가 이 부분에 아직 미흡하다”며 “지역 축제들을 보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은 것처럼, 어느 정도는 지역 관객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집행위원장은 “지역마다 상영관을 갖춘 베를린영화제처럼 우리도 영원히 해운대 일대에만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며, ‘동네방네비프’를 운영해 보면 영화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머글’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을 뜻하는 이 단어를 언급하며, BIFF에 씨네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이 더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부산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영화제에 와본 적 없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머글 100명을 영화제로 불러 모은 뒤, 그중 단 1명이라도 다음 해에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공들인 섹션이 바로 최신 드라마 시리즈 기대작을 선보이는 ‘온 스크린’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최하는 ‘오픈 시네마’다. 그는 “온 스크린 섹션 덕분에 영화제를 처음 찾는 관객들도 꽤 많다”며 “오픈 시네마를 통해 관객 저변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나름 고심해서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작품들만 모았기에 올해 특히 기대해 주셔도 좋은 섹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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