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과정에서 분출된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친윤(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윤석여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직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친윤계 중진인 권성동 의원이 나서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원내지도부를 바꾸면 안 된다”며 재신임 안건 상정을 요청하고 ‘박수 추인’을 제안했다. 그러나 친한계인 한지아 의원이 손을 들고 재신임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 18명만 참여했던 상황에 추 원내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추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을 당사로 소집한 것을 두고 야권과 친한계 일각에선 “투표를 고의로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이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어진 거수 표결에서 전체 78명 의원 중 73명이 찬성, 추 원내대표의 재신임이 결정됐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고동진·김건 의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우재준·신동욱·김소희 의원 3명이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이후 추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외부의 비판 여론이 비등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그런 문제 의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의원들의 재신임 결정에도 추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대신 한 대표 측은 새 원내지도부 선출 절차·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일각에서는 지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의원 18명 중에서 ‘선수’가 높은 의원을 추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반면, 친윤계와 중진들이 ‘의총 재신임 결정’을 내세워 추 원내대표의 복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수 공멸의 우려 속에서도 당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뇌관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