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추진 거제 둔덕 골프장 다시 좌초 위기…어쩌다?

2008년부터 추진하다 자금난 중단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기사회생
브릿지론 상환 못해 사업 부지 공매
올 연말 ‘실시계획인가’ 기한 만료
새 사업자 사업권 인수 정상화 관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4-12-10 13:40:21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둔덕면 골프리조트 조성 사업(부산일보 2023년 4월 24일 자 12면 등 보도)이 다시 기로에 섰다. 민간사업자 자금난에 멈춰 선 지 꼬박 10년 만에 코로나19 팬데믹 반사이익을 등에 업고 순항하는 듯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여파로 또 좌초 위기다. 대출이 막히면서 결국 사업 부지가 공매에 넘어갔는데 이를 낙찰 받은 새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와 사업권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번번이 헛물만 켠 프로젝트가 이번엔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10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온비드 공매를 통해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207-4번지 외 219필지 103만 2967㎡가 337억 3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725억 4400만 원의 46.5%다. 낙찰자는 타이거레저(주)다.

해당 부지는 (주)서전리젠시CC의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대상지다. 서전리젠시는 이 곳에서 2008년부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당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아 환경영향평가 초안까지 마련했다. 인근 주민들도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반겼다. 지주들은 원활한 사업을 위해 10%의 계약금만 받고 토지 매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금융권 PF가 난항을 겪고 주변 양식장 피해를 우려한 어민들도 반대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잠정 중단된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 없이 하세월 하는 사이 드비치GC와 거제뷰CC가 차례로 개장했다. 여기에 탑포리에도 27홀 골프장이 추진되면서 완전히 백지화하는 듯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골프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으면서 기사회생했다. 18홀 대중제 골프장과 122실 콘도미니엄을 갖춘 프리미엄 리조트로 밑그림을 그린 서전리젠시는 작년 4월 거제시로부터 실시계획인가까지 받았다. 총 사업비는 1400억 원 상당으로 추정했다.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그런데 좀처럼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일상 회복 이후 골프 인구가 급감한 데다, 금리 인상에 공사비까지 급등하면서 제때 본PF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절차대로라면 실시계획인가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시공사를 선정하고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착공계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두 차례 기한 연장에도 서전리젠시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연말 기한 만료를 앞두고 사업이 백지화할 위기에 처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타이거레저가 전면에 나섰다. 타이거레저는 서울 소재 중견 토목건축공사업체인 두화공영 계열사다. 경기도 파주 소재 타이거컨트리클럽을 운영 중이다. 앞서 서전리젠시가 초기 자금을 확보하려 브릿지론을 일으킬 때 채무 인수 약정 형태로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골프장 시공권 확보를 위해서였다.

서전리젠시는 당시 300억 원 규모 우선수익권증서를 발행하고 320억 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증서 금액이 대출액의 120~1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250억 원 대출이 실행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본PF가 막혀 브릿지론 상환이 지연되자 약정에 따라 관련 채권을 매입한 타이거레저가 이번에 부지까지 낙찰받았다. 사실상 대체 사업자로 바통을 잇겠다는 의미다.

(주)서전리젠시CC가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일원에 추진 중인 골프리조트 조성 계획도. 부산일보DB (주)서전리젠시CC가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일원에 추진 중인 골프리조트 조성 계획도. 부산일보DB

반면 거제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공매한 토지 매각 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이 아직 미납 상태이고, 사업권도 아직 서전리젠시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시계획인가 만료까지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아 물리적 시간도 촉박하다는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자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협의나 제안이 온 게 없다”면서 “연내 타이거레저에서 산지전용복구비용, 생태계환경부담금 등 미납된 비용을 납부하고 사업권 이전 협의까지 잘되면 실시계획인가변경을 검토해 보겠지만 기한을 넘기면 취소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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