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11 15:36:46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조기 퇴진’ 요구에 대해 ‘하야’보다는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직무 정지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불안정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탄핵심판에서의 ‘역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현재 9명의 재판관 중 3명이 공석 상태다. 올해 10월 임기가 끝난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자리가 국회의 추천 지연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의 경우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일단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6명으로도 탄핵안 심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탄핵은 9명 중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지금 상태라면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안이 인용될 수 없다. 또 물론 여야가 계엄 사태 이후 서둘러 후임 재판관 추천 절차에 돌입했지만, 순조롭게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대통령의 직무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국회 추천 후보자를 거부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 재판관 3명의 공석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면, 헌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심리를 통해 결론을 비교적 빨리 내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개월여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3개월 만에 파면 결정을 내렸다. 만약 이달 안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3월까지 헌재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재판관 충원과 헌재의 심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에 임기를 마무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시 재판관을 충원하는 문제가 대두 될 수 있고, 헌재 내 보수 성향 재판관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런 헌재의 내부 상황을 고려해 하야보다는 차라리 탄핵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 여당이 요구하는 2, 3월 하야보다는 대통령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이번 비상계엄의 합헌성에 대해 헌재에서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툴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헌법재판관이 지금 6명밖에 없는데 6명 중 1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탄핵이)기각된다”면서 “내년 4월이면 헌법재판관 2명이 바뀌는데 대체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분들이라 (윤 대통령이)더 유리하다는 그런 정치적 계산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을 계속 유지하려 하는 데 대한 여론의 강력한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여당에도 지속적으로 부담을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