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11 11:32:22
오는 14일 표결이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찬성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하야 대신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법적 대응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 이상 탄핵을 방어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친윤(친윤석)계 핵심에선 하야도, 탄핵도 안 된다는 입장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12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14일 2차 탄핵안 표결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차 탄핵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은 11일 MBC 라디오에 출연, 당내 탄핵 찬성 의원들 규모에 대해 “계속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10명 전후에서 늘었다 줄었다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0명 전후 의원들은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결정해도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표결 참여를 당이 허락하면 들어가서 찬성표를 던지겠다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후자에 가깝다”고 답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국민의힘 108명 중 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 역시 이날 CBS 라디오에서 “2차 탄핵 (소추안 표결) 전까지 자진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탄핵을 통해서라도 직무 정지를 시키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서 조 의원은 2차 탄핵안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진행자가 “조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 즉 이번주 탄핵에는 찬성표를 내가 던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묻자 조 의원은 “2차 본회의는 참석하겠다는 분들이 최소한 10명 이상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공개될 경우, ‘무시무시한 내용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당 차원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대표는 자신이 추진하는 ‘질서 있는 퇴진’과 관련, 퇴진 방식을 약속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도 사실상 탄핵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당의 조기 퇴진 요구에 대해 하야보다는 탄핵소추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 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여당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용산에 있는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 자진해서 내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면 한 대표도)선택지가 없다. 만약 대통령실에서 탄핵해 달라고 얘기하면 그렇게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는 여전히 탄핵 반대 입장이 강하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차라리 한동훈과 레밍(먹이를 찾아 집단으로 이동해 다니다가 많은 수가 한꺼번에 죽기도 하는 쥣과 동물)들은 탄핵에 찬성하고 유승민, 김무성처럼 당을 나가라”고 주장했다. 당내 친윤계 핵심 의원들 역시 아직 탄핵 대신 임기단축 개헌을 추진하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과 친한계 지원을 받는 김태호 의원이 맞붙은 12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2차 탄핵안에 대한 의원들의 의중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일단 14일 2차 탄핵안 표결에서 ‘표결 불참’을 유지할지, 자율 투표에 맡길지는 새 원내대표 체제에서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새 원내대표가 두 사람 중 누가 되느냐가 탄핵안 표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