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시조] 어느 모텔 수건의 공식

김동균

2024-12-31 17:42:19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나란한 공식으로 하얗게 각 잡힌 날

나란한 공식으로 하얗게 각 잡힌 날

씻어낸 자리마다 낯가림이 따로 없어

한 번만 쓰고 버려도 표정 없는 얼굴이다

 

두꺼운 커튼 사이 햇살을 막아두고

계절을 빨아 놓아 돌고 도는 순백의 시간

아무리 흩어놓아도 반듯하게 접혀있다

 

새겨진 문신처럼 씻어도 그대론데

눈총으로 찍힌 낙인 구석으로 밀려날 때

객실 벽 초침 소리는 꽃무늬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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