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합창단·오페라단도 오케스트라 쓸 때 ‘유코’부터 찾아요” [부산의 민간 오케스트라]

<1>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부산 최초 민간 자선 관현악단
2006년 11월 창단…19년 차
전영수 단장·최영화 음악감독
“음악을 통한 사회 참여 지향”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1-16 15:07:57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한 도시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단체로 오케스트라가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는 1962년 창단한 부산시립교향악단이지만, 시향만으로는 부산의 크고 작은 음악회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관현악 전공 음악 인력을 흡수해 무대 경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민간 오케스트라 육성은 필요하다. 1978년 3월 유호석(신라대 교수) 부산음악협회 회장이 주도한 부산관현악단은 2003년 11월 18일 창단 25주년 기념 특별 연주회를 끝으로 긴 휴지기에 들어 지금껏 활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음악 열정만으로 오케스트라를 꾸리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주며 음악 도시 부산을 견인하고 있는 민간 오케스트라를 찾아가 본다.


2006년 11월 9일 창단한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이하 유코)는 음악을 통해 사회 참여를 지향하는 부산 최초의 민간 자선 오케스트라이다. 소아암과 심장병 등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조은비(악장), 김상희(바이올린), 윤솔(비올라), 정혜주(첼로), 박성진(클라리넷), 장예지(플루트), 손기영(클라리넷), 강인호(오보에), 최혁준(트럼펫), 전영수(단장, 팀파니) 등 약 50명의 단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매년 정기 연주회와 국내외 초청 연주 등 18년 2개월 동안 총 67회의 연주회를 개최했다.

유코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전영수(68·전 부산시향 팀파니 수석) 단장과 최영화(55·부산시향 단원) 음악감독을 만났다. 상임지휘자는 없다. 그때그때 객원 지휘자를 섭외한다. 전 단장은 유코 창단 멤버이다. “그때 제 나이가 쉰이었는데, 음악 동료 한 명이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어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은 게 이왕이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더 있겠어요.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치료비가 없어 피지도 못하고 가는 어린애들이라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어 보자 싶었던 거죠.”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단장 전영수(오른쪽)와 음악감독 최영화가 필그림홀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단장 전영수(오른쪽)와 음악감독 최영화가 필그림홀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시향 단원을 비롯해, 창원시향, 포항시향 같은 경남·북 지역 시립교향악단 연주자들이 동참했다. 연주자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하고, 지휘나 협연은 재능 기부로 진행했다. 참여 단원이 많았을 때는 80~1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입장권 판매금 전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은 6억 원에 이른다. 최근엔 부산 지역 병원 등을 지정해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직업 오케스트라가 아닌 탓에 운영이 녹록지 않았다. 창단은 어찌어찌했지만, 단원들 갹출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연주자도 들쭉날쭉, 연주 기량도 균일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악단이 잘 유지되다가 2년 정도 후원 활동이 전면 중단돼 해체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단체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죠. 고마운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지만, 스타자동차(주) 유재진 회장이 가장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코를 지원했어요. 창단 연주회부터 지금까지 정기 연주회마다 1500만 원 정도 드는 연주 경비를 마련해줬으니까요. 미국 등 해외 연주 비용과 별도로요.”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 앙코르 공연 모습.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스타자동차 유재진 회장. 유코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 앙코르 공연 모습.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스타자동차 유재진 회장. 유코 제공

민간 오케스트라치고는 해외 연주도 제법 다녀왔다. 미국 순회연주 2회(2007·2009년)를 비롯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웰링턴, 중국 강소성, 오스트리아 빈 초청 연주 등이다. 현재 운영은 자발적으로 갹출된 단원들의 월 회비와 독지가들의 기부, 협찬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송년 음악회 ‘유코와 친구들’을 계기로 새로운 후원회 재결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국은 음악(연주)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어요. 저도 시향에서 정년으로 은퇴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한때 후원 활동이 끊기고, 연주도 안 좋아지면서, 단원들은 힘이 빠지고, 시향 단원들도 한두 명씩 빠져나가면서 오케스트라가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해체 수순을 밟나 싶었지요. 그때 문득 생각했죠. 1세대는 뒤로 물러나고, 누군가 젊은 사람이 와서 쇄신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그렇게 해서 최 감독을 영입하게 되었어요.”

최 감독이 합류한 것이 2018년 후반이다. 그가 중점을 둔 건 음악을 위주로 한 단원 재편성. “그만두는 단원도 생기고, 마찰로 관두기도 했어요. 유학을 다녀와 실력도 있지만, 시향 등에 티오가 없어 자리를 못 잡고 있던 ‘1.5군’을 도토리 끌어모으듯 한 명씩 영입에 나섰죠.”

80여 명의 단원 중 10명 정도만 남고 거의 다 바뀌었지만, 이게 유코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되었다. 지난해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유코의 연주 횟수가 크게 늘었다. 외부 음악 단체의 반주 의뢰가 급증한 것이다. 매년 두 차례 정기 연주회와 특별 연주회 외에도 부산하모니합창단 정기 연주회, 2024 영화의전당 가곡 페스티벌, 부산예술제 개막 공연, 창작 오페라 ‘페스트’, 2024 UN 평화 음악회, A.D.M 오페라단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부산시립합창단 정기 연주회 등 12개 음악회를 소화했다.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공연 포스터 앞에 선 단장 전영수(오른쪽)와 음악감독 최영화. 김은영 기자 key66@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공연 포스터 앞에 선 단장 전영수(오른쪽)와 음악감독 최영화.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해 6월 창단 18주년 기념 공연 때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는데, 그게 변곡점이 된 듯합니다. 사실 민간 오케스트라가 접근하기엔 다소 힘든 곡이었지요. 대규모 편성에다 타악기가 어지간히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김광현 지휘자가 함께했는데, 굉장히 감동적인 연주였어요. 이후 외부 공연 의뢰가 늘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한 합창단과 오페라단도 오케스트라를 쓰기 위해 유코에게 먼저 연락했으니까요.”

그래도 갈 길이 멀다. ‘1.5군’ 젊은 단원들이 늘면서 이들에게 재능 기부를 강요할 수 없게 됐다. 최 감독이 주창해 지난해부터 단원들 연주 수당도 올렸다. 그나마 유코는 전 단장이 운영 중인 ‘필그림홀’이 있어서 안정적인 연습 공간도 있다.

“민간단체가 자립하려면 연간 20~30회는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간과 시립이 공존해야 균형이 맞기도 하고요. 부산시향 말고는 직업 단체가 전무한 실정에서 지역에서 배출한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시향이 소화하지 못하는 공연, 찾아가는 음악회 등은 민간 교향악단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유코)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 음악회-유코와 친구들'을 열고 있다. 유코 제공

한편 유코는 내달 20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재)부산문화회관 기획 공연 ‘Sound of Busan: 브람스 교향곡 전곡 사이클’ 개막 공연을 장식한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4개 민간 오케스트라가 참여할 이 프로그램은 브람스 교향곡 1~4번 전곡을 4차례에 걸쳐 선보인다. 유코는 장윤성 서울대 교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2번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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