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4-25 13:54:45
미국에서 ‘관세전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저가 생필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매업체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3월부터 불확실한 전망 속에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2주내에 공급망 혼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필품 회사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24일(현지시간)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안드레 슐텐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불안한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소비를 줄일 것으로 보여 실적전망을 낮췄다”라며 “소비자들이 증시, 고용시장,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P&G는 관세가 연간 비용을 10억~15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하면서 가격 인상으로 이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G 한 임원은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세제 구입을 줄이기 위해 빨래 횟수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월마트·타깃·홈디포 등 소매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아직까진 괜찮지만 앞으로 매장 진열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면서 2주 안에 공급망 혼란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CNBC방송은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관세 여파로 저가용품 매장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보도했다. 저가용품 매장은 재고량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
물류·공급망 플랫폼인 쉽밥의 케이시 암스트롱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작은 이익으로 빠르게 유통되는 상품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에 민감하고 수입품 비중이 높은 장난감·게임·가정용품·의류 등을 이번 공급망 혼란에서 ‘탄광 속 카나리아’(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관세 적용 시점과 생산에 걸리는 짧은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장난감과 신학기 용품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티셔츠·레깅스·양말·아동의류 등 패션 부문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면서 “중저가 의류는 상품 회전이 빠르고 이윤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고 여유도 적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류·신발 협회(AAFA) 스티븐 러마 회장은 “트럼프 관세는 수입 금지 조치로 작용한다”면서 “(중국에 대해) 145% 관세가 추가될 경우 평균 관세율은 160%를 넘고 일부 품목은 사실상 관세가 200%를 넘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의류·신발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각각 37%, 58%로, 생산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시간도 부족한만큼 곧 제품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러마 회장은 예상했다.
미국소매협회(NRF) 조너선 골드 부회장은 “높은 관세가 적용된 상품이 수입되기 시작하면 몇 달 안에 여파가 분명해질 것”이라면서 “지금 연말 연휴 시즌 대목을 준비 중인 영세 업체들이 특히 관세 불확실성이 힘겹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진보 성향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여파로 미국의 저소득층이 부유층에 비해 3배 많은 지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간 소득이 2만 8600달러(약 4100만원) 이하인 하위 20% 계층의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득의 6.2%를 더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연소득이 91만 4900달러(약 13억 1160만원) 이상인 상위 1% 부자들은 소득의 1.7%만 더 쓸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소득 5만 5100~9만 4100달러인 중간 소득 가정은 소득의 5%를 더 지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물가가 상승하겠지만, 저소득층은 부유층에 비해 식품이나 생필품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도 미국 가정 평균으로는 연 4700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