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4-26 09:59:52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300만 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을 무상 교체해주기로 한 가운데, 전국민적인 ‘SKT발 해킹 불안’ 속에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 해킹사고로 인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가 단 4일 만에 240만 명을 돌파했다.
최 의원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킹사고 발표 직전 5만 명에 불과했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 21일 29만 명, 22일 21만 6000명, 23일 101만 명, 24일 83만 명으로 누적 240만 명에 달하는 등 불과 4일만에 기존 대비 48배 급증했다.
최 의원은 “이는 국민들이 해킹에 따른 2차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번 해킹사고로 실제 유출된 유심정보의 규모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고, 유심복제에 따른 2차 피해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은 1차 자체 포렌식 조사에서도 해킹 경로나 피해 규모를 밝히는 데 실패해 아직까지도 정확한 피해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불과 5만 명에 불과했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가 4일 만에 240만 명으로 폭증했다는 것은 국민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해커가 유출된 유심 정보로 복제폰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SK텔레콤은 T월드에서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가입 권고한 유심 보호 서비스만으로는 정보 유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용자들은 아예 유심 교체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CEO)는 지난 2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SK텔레콤을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SK텔레콤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경우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로 이용자 유심과 관련한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별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 시스템과 '유심보호서비스'가 유출 피해를 막는 데 있어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안내했는데,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고객 목소리가 커지자 추가 선택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eSIM(이심·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을 포함한 유심 교체 서비스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해킹 피해를 최초로 인지한 지난 18일 24시 기준 가입자 중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 T 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교체가 진행된다. 다만, 일부 워치 및 키즈폰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9~27일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무상 교체 서비스를 소급 적용해, 고객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 요금 감면 방식으로 별도로 환급하기로 했다. SK텔레콤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유심을 무상 교체해준다. 시행 시기와 방법은 각 알뜰폰 업체에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가입자 전체가 유심을 교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SK텔레콤이 지불할 비용은 유심 가격 7700원에 SK텔레콤 고객 약 2300만 명을 곱한 약 1771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