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못 잡는 간첩법"…국회서 간첩죄 확대 토론회

간첩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 필요성 제기
“경제기밀 유출 현실화…형법은 사각지대”
형법 개정안 법사위 문턱 못 넘고 지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4-24 17:19:03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간첩의 활동과 입법적 대응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간첩의 활동과 입법적 대응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중국 등 외국 정부의 안보 침해와 산업기술 유출 등 경제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간첩죄 확대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형법상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및 외국 단체’로 확대하는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과 박수영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간첩의 활동과 입법적 대응’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는 간첩죄 규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군사기밀 탈취 등 경제·안보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형법 개정을 통한 법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회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기현·추경호·김미애·김대식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대성 한국안보정책학회 회장과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이 개회사를 맡았고,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가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와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가 각각 경제스파이와 간첩죄 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행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에 한해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 정보기관이 국내에서 첨단 산업기술을 탈취하는 현실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경제간첩 행위의 상당수가 외국 세력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형법상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경제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형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간첩죄의 대상을 ‘외국 및 외국 세력’으로 확대하고 있고, 국가기밀의 범위 역시 군사기밀에 한정하지 않고 산업기술과 경제정보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외국 또는 반국가단체로 대상을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이후 논의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외국인의 국내 군사시설 무단 촬영, 군 정보 탈취 시도 등 안보 우려 사례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간첩죄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회의에 참석해 법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현행법상 중국인의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형법 개정이 지연되는 것은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권 의원은 “현행 간첩법은 간첩을 못 잡는 빛 좋은 개살구 법으로 전락했다. 안보 경시가 아닌 안보 중시가 당연한 국회의 사명”이라며 “국회는 더이상 뭉개지 말고, 대한민국 안보의 기초체력인 간첩법을 개정하고, 경제안보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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