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5-03-13 20:02:00
13일 오전 11시께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건물 지하 1층 구내식당. 막 영업을 개시한 구내식당에는 이미 밥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60여 개 식탁 중 빈 식탁은 5개 정도였다. 대부분은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중장년층이었다.
이곳은 단돈 6500원을 내고 밥과 국, 버섯돼지불고기와 김치순대볶음 등 6~7가지 반찬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하다. 구내식당이지만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식당 측은 “치킨이 나오는 매주 금요일에는 대기 인원이 엄청나다”고 귀띔했다. 이날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김용화(동구·63) 씨는 “1만 원으로 제대로 된 밥도 못 먹는 시대인데, 여기는 훨씬 싼 가격에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중구에 올 일이 있으면 웬만하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격이 저렴한 지역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외식비 부담을 덜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구·군 구내식당 가격은 공무원 기준 4500~6500원 수준이다. 주민들도 500원 정도를 더 내면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일부 구청은 사람이 너무 몰리자 직원과 주민의 밥 먹는 시간대를 분리하기도 했다.
구청 외에도 부산역 구내식당, 지역 대학교 구내식당 등 가성비 구내식당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부산 가성비 맛집 정리’ ‘부산 현지 가성비 식당’ 등의 내용이 영상으로 공유된다. 조회 수가 80만 회가 넘은 영상도 수두룩하다. 구내식당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일반 음식점과 비교해서 구내식당이 3000~4000원가량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부산 지역 8개 외식 메뉴(냉면, 비빔밥, 김치찌개 백반, 김밥 등) 평균 가격은 9840원이다. 5년 전(7787원)보다 26%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리면서 지역 상권은 침체일로다. 공공기관 구내식당과 달리 일반 식당은 손님도 줄어드는 데다 원재룟값도 올라 이중고를 겪는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쌀 20kg은 5만 5364원으로 평년 가격인 5만 2763원에 비해 3000원가량 올랐다. 배추 한 포기는 5158원으로 지난해 가격(3436원)과 비교해 61.5%나 폭등했다. 중구의 한 가게 주인은 “낮에는 전기세를 절약하려고 간판 불을 끄는 가게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시는 ‘구내식당 오픈런’이 벌어지자 식비 안정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착한 가격 업소 확대를 추진 중이다. 시는 매년 상하반기 저렴한 가격과 위생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 가격 업소로 선정하는데, 업소에는 종량제 봉투, 서큘레이터, 세정제, 주방용품 등 식당 비품이 지원된다. 손님이 착한 가격 업소에서 결제할 경우 카드회사와 연계해 2000원을 할인해 주는 행사도 시행 중이다. 시는 지난해 말 기준 690개인 착한 가격 업소를 올해 말까지 7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