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결론은 내부 발탁… ‘30살 BIFF’ 혁신 이끌까

정한석 새 집행위원장 후보
영화계 안팎 기대와 우려

이론·실무 겸비 사무국 경력
"적절·무난한 인사" 평가
“뉴미디어 시대 파고 높은데
BIFF 체질 개선 가능할지”
우호·비판 여론 교차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3-12 20:32:00

정한석 BIFF 신임 집행위원장 후보 정한석 BIFF 신임 집행위원장 후보

지난 2년간 집행위원장 선임에 난항을 겪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최근 정한석(51) BIFF 프로그래머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확정했다. 올해 30주년 행사 준비와 조직 재정비 등 산더미 과제를 안고 있는 BIFF의 새 수장 선임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BIFF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 집행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2년 가까운 수장 공백 사태를 겪은 BIFF가 네 차례 공모 끝에 최종 추천한 후보가 내부 인사로 결론 나면서 일부에서는 BIFF가 적임자 찾기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론과 실무를 두루 거친 정 후보의 경력 덕분에 BIFF 사무국 내부를 비롯한 영화계에서는 대체로 이번 후보 추천이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프로그래머는 2002년 영화전문지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등단했다. 이후 평론가와 영화 전문기자로 활동하다가 2019년부터 BIFF에 합류해 한국 영화 부문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아 왔다.

BIFF의 한 관계자는 “최종 확정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애정과 식견이 뛰어난 분이 집행위원장을 맡게 돼 기대된다”며 “BIFF 사무국, 특히 프로그래머의 연령이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 젊은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무국 내부의 평가와는 달리 향후 30주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신임 집행위원장의 무게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추천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능력과는 별개로, BIFF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제가 직면한 과제를 생각해 볼 때 당장 무난한 인사라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성대 영화전공 강내영 교수는 “OTT의 거센 도전 등 영화판에도 뉴미디어 시대가 한창”이라며 “이런 시기에 올드 미디어에 해당하는 영화제도 권력 교체 이전과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특히 “영화제는 집행위원장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정 후보의 선임이) 현 박광수 이사장 중심으로 흘러가는 BIFF의 체질을 바꾸고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영화인은 “단순히 나이가 젊다고 해서 꼭 혁신적이라 볼 수는 없다. 리더십 부재로 한동안 흔들렸던 BIFF의 현실을 생각할 때 좀 더 창의적인 발상 전환으로 예상 밖의 인물이 수장 자리에 앉길 기대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정 프로그래머가 한국 영화 부문을 오래 맡아 온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국제적 네트워크가 약한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BIFF 관계자는 "정 프로그래머가 어려운 시기 영화제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고 배운 게 많을 것"이라며 "리더십이나 국제 감각, 혹은 네트워크에 대한 외부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종 선임까지 공식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고 밝힌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후보는 “더 젊고 활기 넘치는 영화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문자 메시지로 짧게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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