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3-12 18:08:05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째 우승했던 1992년 팀에는 전준호라는 좌투좌타 외야수가 있었다. 그는 이해에 도루 33개를 기록하며 팀의 1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더니 이듬해에는 그 수를 75개로 늘려 롯데 역사상 최초로 도루왕 타이틀을 따냈다. 1995년에도 69개로 두 번째 도루왕에 등극했다.
롯데는 1992년 팀 전체 도루를 132개나 기록해 당시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더니 전준호가 첫 도루왕에 오른 1993년에는 174개, 두 번째 도루왕이 된 1995년에는 급기야 220개로 전무후무한 200도루를 기록했다. 롯데는 1996년 전준호가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도루왕을 배출하지 못했고, 팀 도루도 150개를 넘어본 적이 없었다.
지난해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은 ‘노장’ 부산 갈매기 야구팬들은 갑자기 전준호를 떠올리게 됐다. 1993년 이래 32년 만에 도루왕 타이틀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던 것이다. 많은 ‘올드 팬’을 흥분시킨 선수는 2020년 롯데에 입단했고 5년 만인 지난해 주전으로 도약한 황성빈이었다.
황성빈은 지난해 처음 주전 외야수로 발탁돼 125경기에 출장했고 도루를 51개나 기록해 조수행(64개), 정수빈(52개·이상 두산 베어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롯데 선수가 한 시즌 도루 50개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0년 김주찬(65개) 이후 14년 만이었다.
‘황보르기니’ 황성빈은 지난해 성공에 머물지 않는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그의 발은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올해 4차례 시범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을 기록하면서 도루도 2개나 성공했다.
시범경기의 감각을 살리고 지난해 125경기, 406타석에 그쳤던 출장 기회를 더 늘리고 3할7푼대였던 출루율을 4할 언저리로 끌어올리면 지난해보다 많은 도루는 물론 첫 타이틀 획득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준호가 상대 투수진을 흔드는 틈을 타 김응국, 이종운 등 다른 선수들도 많은 도루를 기록해 롯데는 ‘달리는 소총 부대’가 될 수 있었다. 황성빈이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할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 손호영, 윤동희, 고승민 등 지난해에 5~8개 도루에 그쳤던 선수들이 도루 개수를 끌어올릴 기회를 더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황성빈의 발 끝에 롯데의 환골탈태가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