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05-02 14:33: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10만 6000달러에서 최저 7만 6000달러대까지 약 3만 달러 폭으로 등락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 비트코인이 9만 달러 후반대를 다시 회복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뚜렷한 정책 방향 없이 오르내리던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현기증’ 장세
2일 낮 12시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만 7017달러로 전날보다 2.29% 올랐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3조 200억 달러, 하루 거래대금은 33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1만 5355개(약 2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더리움은 1848달러, 솔라나는 150달러, 리플은 2.22달러로 주요 알트코인도 나란히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심리 지표는 55로 ‘중립’ 수준이지만,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82%가 ‘강세장’에 무게를 두고 있어 낙관적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정 이후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7만 달러대에서 출발해 하루 만에 8만 5000달러를 넘었고, 12월에는 10만 6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 발언과 현물 ETF 자금 유입이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그러나 2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중국·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9만 3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30조 원이 증발했다. 여기에 바이비트 해킹 사건까지 겹치며 이더리움과 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이 20% 넘게 하락했다.
이후에도 디지털 자산 정책이 불분명하다는 실망감과 자동차 관세 발표, 금리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비트코인은 7만 4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선을 다시 회복한 것은 4월 말부터였다.
■비축 자산·스테이블코인 주목
트럼프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장은 지난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 비트코인 비축 자산’ 설립 행정명령에 주목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명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비트코인 전략자산 설립 및 운영 방안을 담은 법률·투자 검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해당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연방정부의 비트코인 매입 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며 “정책 추진이 가시화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대형 금융사들도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전통 금융권의 참여 확대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달러 등 실물자산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과 미국의 제도화 움직임 꼽는다. 고팍스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경우,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시장 유동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보다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육성하겠다며, 관련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원더프레임 김동환 대표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채 수요를 확대하고, 연방준비제도가 발행하지 않더라도 달러를 글로벌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로 들어온다는 건 매수 대기 자금이 늘어났다는 뜻이고, 이는 사실상 금리를 인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시장에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