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5-14 09:00:00
“2017년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조선통신사선 복원 협의를 시작하며 261년 전 중단된 조선통신사 뱃길을 다시 가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엔 과연 배를 완성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부터 했지만, 2018년 진수식을 한 후 7년 만에 조선통신사 뱃길 종착지인 오사카로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지난 1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일본에서 조선통신사 행사를 담당하는 민간단체) 교류대회 연단에 선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하루 전날인 11일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하며 현장에서도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지만, 12일에는 일본 전역에서 온 연지연락협의회 회원들이 모여 감동과 기쁨이 배가됐다. 매년 부산 조선통신사축제를 주관하는 부산문화재단 담당자들을 비롯해 한국조선통신사학회 교수들, 조선통신사선을 복원한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소장과 홍순재 학예연구사, 통신사선을 직접 타고 온 선장과 연구자들도 함께 했다.
오사카를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다카하시 토오루 부시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올해 조선통신사선이 261년 만에 오사카에 도착했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한일 양국은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했고 이번 경사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교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이은석 소장은 “2018년 진수식에서 오사카만국박람회(엑스포)에 맞춰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부산항을 출발해 해협의 거센 물살, 강한 바람에도, 한일 양국의 국민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힘 모았다. 진심이 닿아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울컥하며 감동을 표현했다. 오사카박물관 오사와 켄이치 관장은 배가 도착한 당일 오사카항에 직접 나가 선장을 안아주며 “다시 일본에 오겠다는 통신사의 약속을 261년 만에 지켜줘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교류회에선 참석한 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 는 등 복원된 조선통신사 교류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12차례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는 당시 배편으로 오사카까지 간 뒤 오사카부터 오늘날 도쿄인 에도까지는 육로를 이용했다. 올해 오사카행이 성사되며 조선통신사 뱃길을 완전히 복원됐고, 부산문화재단은 도쿄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일정을 이어가 조선통신사 사행길을 261년 전 그대로 완벽하게 완성할 계획이다.
400여 년이 넘는 한일 양국의 평화 교류(조선통신사)는 13일 일본 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메인 행사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13일 아침 오사카 아시아태평양무역센터(ATC)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입항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등 한국에서 온 VIP들이 직접 축사를 전했다. 유 장관은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이 배의 복원과 항해 완성으로 한국과 일본의 미래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사카 시민들도 대거 참여하며 행사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고, 일본 NHK방송을 비롯해 여러 매체의 기자들, 한국에서 온 수십 명의 기자까지 더해 취재 경쟁이 뜨거웠다. 목포부터 부산을 거쳐 일본 오사카까지 조선통신사선을 직접 타고 온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홍순재 박사는 “가는 도시마다 시민들이 항구에 몰려와 조선통신사선을 열렬히 환영했고, 내부를 세심하게 돌아보기도 했다. 특히 홍 박사는 실제 과거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홍계희 정사의 10대손으로 당시 홍 정사가 남긴 글씨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도모노호라 우쿠젠지 절에 선조에 이어 글을 다시 남기며 특별한 인연을 확인했다.
K팝과 K컬처 인기 덕분에 13일 한국의 날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모였고, 한국의 날 메인 행사로 선정된 조선통신사 행렬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행렬은 이번 엑스포에서 가장 이색적인 시설로 알려진 목재 '그랜드 링'을 따라 화려하게 펼쳐졌다. 부산에서 행렬을 재현하기 위해 70여 명의 예술단과 시민이 오사카를 방문했고,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가 이날 정사로 참여했다.
거대한 목재 링안에서 웅장한 취타대의 음악에 맞춰 800m 가까이 조선통신사행렬이 진행됐다. 중간에 전통춤 공연과 연희단 재주 넘기 등이 펼쳐졌고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목재 링과 조선통신사의 전통 복식이 잘 어울려 관람객과 사진작가들이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조선통신사선은 시모노세키까지 간 후 오는 25일께 한국으로 뱃머리를 돌려 27일 부산을 거쳐 이달 30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있는 목포로 돌아간다.
부산문화재단에서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4~6월, 9~11월까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부산 중구 광복로 차 없는 거리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행사를 진행한다.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산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며 조선통신사 복장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등 관객 체험 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 행사는 국가유산청 세계문화유산 활용 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았다.
부산문화재단은 세계문화유산총회 개최지 유치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총회 개최지에는 유산 등재 우선권이 있어 부산 유치에 성공할 경우 조선통신사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