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5-14 16:53:48
“글로벌 문화 허브 도시 부산의 비전과 함께 부산비엔날레를 국제적인 담론과 경쟁력을 갖춘 전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부산비엔날레와 바다미술제가 도시의 문화 지형을 발전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부산비엔날레 새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미술평론가 이준(전 리움미술관 부관장) 씨의 취임 일성이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하 조직위)는 14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2025년도 제1차 임시총회를 열고, 제15대 집행위원장으로 이준 미술평론가를 최종 승인했다.
이준 신임 집행위원장은 “오는 9월 개최하는 바다미술제 주요 내용은 이미 결정한 상태이고, 부산비엔날레는 2026년 전시감독을 정해야 한다”면서도 “전임 집행위원장이 아주 잘하셨고, 지역 유대관계도 좋아서 잘 이어받으면서 큰 틀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2년이라는 시간이 절대 짧지 않지만,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집행위원장 역할이라는 게 전시감독이 하는 걸 잘 도와주고,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독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이 위원장은 부산 브니엘고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와 미술비평 전공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7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신인 미술평론상’을 수상하며 미술 평단에 등단했으며, 1990년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에 입사해 현대미술부장, 삼성미술관 리움의 학예연구실장, 부관장을 거치며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 미술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제비엔날레 제도를 분석한 ‘현대미술 제도와 전시 공간의 문화 정치학 연구’(2012)이다.
실제로도 이 위원장은 부산과 광주비엔날레 평가위원을 여러 차례 역임하면서 한 번인가 빠지고 거의 다 볼 정도로 전시 관련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시대에, 부산에 맞는 비엔날레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시립(미술관) 따로, 비엔날레 따로보다는 양측이 시너지를 잘 내서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비엔날레의 장소성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호주 비엔날레나 핀란드 헬싱키 비엔날레 등을 보면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비엔날레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런던이나 파리에는 비엔날레가 없습니다. 문화 인프라가 없는 도시가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지요. 부산도 바다미술제와 부산비엔날레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잘 살펴보고 싶습니다.”
물론 광주비엔날레에 비해 부산비엔날레 규모가 작고, 인적 기반이 취약한 면이 없지는 않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엔날레가 되려면 네트워킹이 잘 돼야 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비엔날레가 그렇습니다만 다소 방만해진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산은 광주와 더불어 기대하는 바가 있고, 그 이상으로 퀄리티를 잘 유지해야 하기에 저로서는 열심히 연구하면서 대안을 내는 게 제 미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부산시가 문화 지도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됐으며 2027년 5월 13일까지 2년이다. 부산비엔날레와 격년으로 치르는 2025바다미술제는 오는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37일간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