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05-14 18:16:08
‘반도체 딜레마’에 빠진 삼성전자가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 그룹 인수 등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인 플랙트는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공조사업이 지구온난화와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고성장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차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인수나 지분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소니오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2017년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 34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의 조 단위 M&A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잇따른 M&A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 산업인 반도체 주요 분야에서 경쟁업체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삼성 시대가 이제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AI 시대의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도 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해 10월 5만 원대 진입한 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인수 발표 이후 주가도 전날보다 500원 오른 5만 7400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