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고객도 없는 셀트리온 서정진의 CDMO 전략, ‘공염불’ 우려

서 회장 “3조 매출 목표” 공언에도 계약은 1건
1공장 부지 결정도 연기...목표 달성에 의문
부족한 수주 내부 거래로...가동 자체에 무게
글로벌 빅파마, 기밀유출 우려로 거래 꺼려

박상인 기자 si2020@busan.com 2025-05-16 07:00:00

지난해 12월 17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간담회에 참석한 서정진 회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지난해 12월 17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간담회에 참석한 서정진 회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CDMO’(위탁생산·개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간에 3조 원의 매출을 자신했지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수주는 단 1건에 불과해 사실상 비전만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당장 부족한 수주를 내부 거래로 채우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로 성장한 셀트리온에 신약 개발사들이 위탁생산과 개발을 주겠느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셀트리온은 100억 원을 출자해 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했다. CDMO 사업은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사업이다. 반도체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비슷한 개념이다.

서 회장은 자회사 설립 관련 당시 “세계 각지 기업과 병원으로부터 CDMO 사업을 해줄 수 없느냐는 요구를 꾸준히 받아왔다”면서 “2031년 CDMO 사업 매출로 3조 원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밋빛 비전과는 달리 현실은 냉혹한 상황이다. 외부 CDMO 계약은 단 1건에 불과한 형편이다. 2019년부터 이스라엘 테바의 항체 기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의 CMO를 담당해왔는데, 지난해 10월 1000억 원 규모의 CDMO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계약연장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며, 자회사 설립 전에 이미 체결된 사례이기도 하다.

또 서 회장은 자회사 출범과 함께 상징적 숫자인 1조 5000억 원 투자 계획을 공언했지만, 비전만 있고 사실상 계약은 없는 상황으로 업계에선 서 회장이 ‘비전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 전경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전경 사진=셀트리온

이를 생산할 공장 부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10만L 규모로 2025년 상반기 중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공장 부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서 회장이 불과 6~7년 만에 CRO(위탁연구), CDO(위탁개발), CMO(위탁생산) 등으로 총 3조 원 매출 목표를 내세운 점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높은 목표치를 단기간에 달성하겠다고 한 것인데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당장 CDMO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 상위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 원의 벽을 매출액으로 돌파한 시기는 2022년, 수주액으로 봐도 2023년이다. 법인 설립일(2011년) 기준으로 보면 11~12년가량이 소요된 것인데, 셀트리온은 이를 약 6~7년 만에 따라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계획대로 공장 부지가 정해지고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더라도 최종 가동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서 회장이 공언한 매출 목표 달성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회사는 양질의 수주 계약보다는 가동 자체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서 회장도 간담회에서 첫 공장의 경우 내부거래로 일단 채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 기대와는 달리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새로운 거래선을 만들어 내는 데까진 현실적 어려움이 커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평가다. 글로벌 빅마파들이 연구·개발 기밀 사항을 경쟁사인 셀트리온의 자회사에 털어놓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 신화를 써온 셀트리온이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보이는 목표까지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것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CDMO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을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CDMO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논란에 대해 서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구체화 후 이에 맞춰 대응하겠다”며 “당초 6월 말까지 생각했던 투자 결정을 연말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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