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코앞 수영만요트경기장 고양이들 어쩌나

앞은 도로·뒤는 바다 ‘고립 처지’
이주 방안 실현 가능성은 낮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5-05-22 18:23:48

재개발을 앞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 독자 제공 재개발을 앞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곳에 생활하는 고양이들이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요트경기장 고양이들을 구하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 동물단체가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9일 해운대구청, 동물학대방지협회, 인근 주민들과 함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에 앞서 이곳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을 구조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낡은 현 요트경기장을 해양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달 말 착공해 202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요트경기장에는 약 50마리의 고양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고양이들의 자발적인 탈출을 유도하기 위해 물 뿌리기, 생태통로 확보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뒤로는 바다, 앞으로는 왕복 6차로 도로로 막혀 있는 요트경기장 특성상 시의 유도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재개발처럼 인근 단지로 서식지를 옮길 수 있는 경우와 달리, 고양이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인근 주민 이 모(68) 씨는 “헤엄을 못 치는 고양이들은 바닷가에 빠져 밧줄에 걸려 다치기도 한다”며 “6차로 도로를 건너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아 로드킬을 당한 모습을 많이 본다. 운전자 교통사고 유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고양이 이주 방안도 고민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시 동물보호조례 제12조는 ‘시장은 도시정비구역의 유실·유기동물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구조하고 임시보호소를 설치하여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요트경기장은 도시정비구역에 해당되지 않으며 길고양이 또한 유실·유기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해운대구도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조례’를 두고 ‘구청장은 해운대구 동물복지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설치해 길고양이 보호활동, 이주돌봄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부산시 반려동물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성화수술을 위해 포획한 고양이들을 위주로 수술이 끝난 후 주변 지역이나 안전한 장소로 방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동물단체는 부산시가 조례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고양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고양이들은 위기를 느끼면 안으로 숨는 성향이 있어 건물을 해체할 때 잔해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며 “시가 고양이들이 이주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임시 보호 컨테이너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