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버스가 유일한 시민들의 발인데, 혹시라도 장기화하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경남 창원시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아침 출근 시간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 버스정류장. 텅텅 빈 S-BRT(고급형 간선급행버스체계) 도로를 바라보던 김태곤(58) 씨는 애꿎은 버스정보시스템(BIS)만 흘끗 흘끗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의창구 북면으로 출퇴근한다는 그는 “어제 뉴스를 보고 버스 파업 상황을 확인했다”며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왔는데, 직장인들은 아침 10분에 그날 생활 리듬이 깨지곤 한다. 너무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버스 파업은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용호고 2학년인 박재영 양도 “진해에서 창원까지 등하교하고 있다. 오늘은 버스 파업에 지각할까봐 첫차를 타려고 평소보다 40분 일찍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수송버스를 탔고, 시내버스보다 내부는 좋지만 너무 느렸다. 도착시간이 한 20분은 더 걸렸다”면서 “지금 버스 앱으로 버스가 도착하는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벌써 집에가 가는 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용호고와 중앙고가 인접한 도로에는 학생들이 하차하는 택시가 줄을 이었다. 교문엔 자녀를 데려다주는 학부모들 차량이 뒤엉키곤 했다.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용호고·중앙고 학생 3명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친구들을 만났고, 버스가 오지 않아 카카오택시도 잡으려 해도 예약자가 많은지 아예 잡히질 않았다”며 “불안하던 참에 마침 택시 한 대가 손님을 내려주길래 그대로 타고 학교로 왔다”고 했다.
창원시가 시내버스 파업으로 28일 아침부터 교통대란을 겪었다. 시내버스 노사가 5개월간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이어왔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시민의 발을 묶은 셈이다.
창원시 등에 따르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9개 회사가 27일 오후 2시부터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로 2차 특별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13시간 이어진 릴레이 교섭에도 결국 조정이 결렬됐다.
이로 인해 창원시는 2023년 파업 이후 2년 만에 또다시 시내버스 파업 사태를 맞았다.
현재 노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기본금 8.2% 인상, 정년 63세에서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재정 부담 등을 호소하며 이를 수용 못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면 한해 약 3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경전철이 없는 창원은 시내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이날 파업으로 창원 시내버스 669대가 운행을 멈췄다. 창원시 전체 시내버스 중 95%다.
이에 창원시는 전세버스 170대와 시 소유 관용버스 10대를 현장에 배차했다. 시내 주요 구간엔 노선형 택시 180대, 읍·면 등 외곽지는 호출형 택시 150대를 투입했다. 버스는 무료, 택시는 인당 1000원으로 요금을 책정했다.
창원시는 일부 예산 출혈을 감수하며 희망을 가졌지만 노조가 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파업을 유보했는데 창원 버스노조에서 파업한다는 건 시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며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