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생산지' 당당히 이름 올린 부산

부산박물관, 온천동 요지 시굴
2기의 고려청자 가마터 확인
도지미 다량 발견… 규모 상당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5-28 09:00:00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은 금감공원내 온천 요지 시굴 조사에서 고려청자를 생산하는 가마터를 발굴했다. 사진은 가마터를 살펴보는 연구원들. 김효정 기자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은 금감공원내 온천 요지 시굴 조사에서 고려청자를 생산하는 가마터를 발굴했다. 사진은 가마터를 살펴보는 연구원들. 김효정 기자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서 발결된 고려청자 가마터 관련 유적. 김효정 기자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서 발결된 고려청자 가마터 관련 유적. 김효정 기자

빼어난 비색(청록색), 정교한 문양, 독창적 기법으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도자기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고려청자. 현재까지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미술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로 거래될 정도이다. 전남 해남과 강진을 비롯해 주로 전라 지역에서 생산된 걸로 알려진 고려청자 역사에 부산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지난 26일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은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산 17-7번지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서 고려청자 가마터 2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굴 조사가 본격적인 발굴 전 매장 유물의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대상 지역의 10% 이내 규모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면 더 크고 많은 규모의 가마터와 유물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 2007년 기장군 도예촌 조성 지표 조사에서 이미 청자 가마터 2곳이 발견되었고(훼손이 심해 본 조사는 하지 못했음), 2010년 부산 강서구 녹산동 미음마을 일대에서 4곳의 고려청자 가마터가 정밀 발굴 조사에서 확인돼 부산이 고려청자를 자체로 생산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부산, 경남 지역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청자도 전라도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온천동 요지는 강서구 미음동 가마터에 이어 부산에선 정식 발굴을 통해 2번째로 확인된 청자 가마터이다. 이번 시굴 조사 구역은 금강공원 내 4860㎡의 땅이며 18개의 트렌치(구덩이)를 팠다. 이 중 8개소에서 청자 생산 가마터 2기를 비롯해 폐기된 청자와 다량의 도지미(가마 속 도자기 받침대)가 있는 구덩이 3곳,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청자 생산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 6곳도 확인했다. 청자 생산 가마터 2기는 벽체가 나란히 만들어져 있었다.

출토된 자기는 대부분 순청자이며, 철화청자도 일부 확인되었다. 청자는 대부분 청록색, 담녹색이며 대접, 접시, 종지, 병 등 다양한 형태이다. 철화청자는 모란꽃 문양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조각을 수습하는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조각을 수습하는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발굴된 고려청자 조각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발굴된 고려청자 조각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모란꽃 무늬가 선명한 철화청자도 발굴됐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서 모란꽃 무늬가 선명한 철화청자도 발굴됐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선 다양한 고려청자 조각을 비롯해 유약을 바르기 전 상태의 도자기 조각들도 발견됐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에선 다양한 고려청자 조각을 비롯해 유약을 바르기 전 상태의 도자기 조각들도 발견됐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선 도자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받침대인 도지미가 대량 발굴돼 상당히 큰 규모의 가마터가 있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선 도자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받침대인 도지미가 대량 발굴돼 상당히 큰 규모의 가마터가 있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에 참여한 부산박물관 박정욱 학예연구사는 “시굴 조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지미가 이렇게 많이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문화재 자문위원들은 최소 3기 이상의 청자 가마가 운영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사는 이어 “양질과 조질(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청자가 함께 출토되고 있다. 아직 상감청자는 나오지 않았다. 상감청자가 확인되면 상급의 고려청자까지 생산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부산대 박물관 임지영 특별연구원을 비롯해 부산대 지질재해연구소 이선갑 박사, 부산대 고고학과 대학원생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가마터에서 발굴된 청자 파편과 암석, 흙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청자의 제작 시기, 재료 등을 확인하며, 국내에서 출토된 여러 고려청자 성분과 비교해 부산서 생산된 청자가 어느 지역까지 유통되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부산박물관 김은영 조사연구팀장은 “온천동 요지는 학술 연구 목적의 발굴 조사로는 처음 진행되는 사례이며 시굴 조사를 통해 여기에 고려시대 청자 생산 가마터가 명확하게 확인됐다. 향후 온천동 요지에 대한 발굴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보존,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미진했던 고려 시대 부산의 역사에 관한 자료로서 가치도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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