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 수주도 고전…중동 시장 악화에 20% 감소

지정학적 긴장, 원유 수요 부진 원인
사우디 수주 전년 대비 67% 줄어
북미·태평양 수주는 63% 늘어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2025-06-06 14:16:28

사우디아라비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위치한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 공장 조감도.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위치한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 공장 조감도.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동 지역 발주가 줄면서 올해 1∼4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금액이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 말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은 총 105억 3786만 달러(약 14조 3188억 원)로 작년 동기의 132억 615만 달러 대비 20.2% 줄었다.

특히 주요 지역 중 비중이 가장 큰 중동 수주가 98억 353만 달러에서 55억 9285만 달러로 43.0%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주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74.2%에서 53.1%로 줄었다. 중동 내에서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수주가 26억 380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6%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원유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0.8%로 크게 하향하는 등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했다.

올해 4월까지 주요 수익원인 원유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감산하며 보수적 재정 기조를 유지해온 탓에 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시장은 지난달까지도 모멘텀이 약화한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대형 행사 때문에 정유, 화학, 산업 플랜트 등 국내 기업의 주요 수주 분야에 대한 지출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리야드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련 준비 때문에 당분간 큰 지출이 필요한 사업 발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다만 중동 다음으로 해외 수주가 많은 북미·태평양(24억 5966만 달러)과 유럽(9억 2251만 달러)의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7%와 156.9%씩 늘며 국내 건설 업계에 힘을 보탰다.

북미·태평양은 공장 건설 공사 확대와 호주 나와레 배터리 저장 시스템(BESS) 프로젝트 수주 영향이 컸다.

1∼4월 수주 실적을 공종별로 보면 산업설비(63억 1097만 달러)가 전체의 59.9%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이어 건축(25억 1830만 달러) 23.9%, 토목(6억 1665만 달러) 5.9%, 전기(5억 6499만 달러) 5.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주요 실적으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 지역에서 국영 에너지 기업 타카(TAQA) 자회사와 계약한 4억 8139만 달러 규모의 가스 화력 발전 플랜트 건설 사업(알 다프라 OCGT IPP 프로젝트)이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항만공사와 계약한 알포 준설 매립 공사와 관련해 1억 5020만 달러 규모를 증액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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