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06-09 18:35:12
부산의 창업 생태계를 진단한 전문가들은 열악한 벤처 투자 환경과 창업 친화적 문화가 부족한 지역 대학의 현실을 언급하며, ‘자금 흐름’과 ‘대학 창업 인프라’를 변화의 열쇠로 제시했다. 또한 부산이 보유한 산업 기반과 기술 잠재력에도 스타트업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금융포럼’에서는 지역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 그리고 지자체의 지원 정책을 진단하는 논의가 펼쳐졌다. 이날 첫 번째 세션 ‘부산벤처 미래 비전과 부산시의 역할’에서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서종군 원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서 원장은 국내 유니콘 기업 대부분이 플랫폼, 핀테크, 블록체인, 바이오 중심이며, 부산은 아직 유니콘 기업이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2024년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18개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부산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는 부산 출신 창업자가 만든 내비게이션 ‘김기사’가 결국 서울에서 성장한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에 아쉬워했다. 2016년 카카오가 김기사를 통째로 인수해 카카오내비로 이름이 바뀌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 역시 부산에서 출발했지만, 시장 규모와 인프라, 인재 유입의 한계로 인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바 있다.
서 원장은 “예비 유니콘 기업인 소셜빈과 슬래시비슬래시,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된 소프트스퀘어드, 리솔 등이 있다”면서도 “지역에서 대표 유니콘 탄생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산 창업 생태계가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금의 힘’과 ‘대학 기반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다. 서 원장은 “부산시가 조성한 펀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 내 유휴 자본이 스타트업으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대학이 직접 창업을 이끄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류, 디지털금융, 방산, 제조, 콘텐츠 등은 부산이 강점을 가진 분야”라며 “실제 수요 기반은 부산에 있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투자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에 이어 부산대 나노에너지공학과 오진우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소셜빈 김학수 대표는 “부산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여전히 인력 채용 부분이다”며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라도 고용의 질이나 조건에서 수도권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어 결국 기업이 좋은 비전과 함께 현실적인 보상 조건을 갖춰야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연합기술지주 박훈기 대표는 “대학을 창업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창업 교육과 실전을 연결해 나간다면 대학 창업 생태계도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벤처투자 장남준 지역균형발전실장은 “수치로 보면, 최근 10년간 부산의 벤처투자 비중은 전국 대비 약 3% 수준이다”면서도 “부산은 지역 생태계의 노력과 의지로 역동성을 이끌어내고 있고, 최근 몇 년간 성과는 분명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전혜영 경영기획팀장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금까지 11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20억 원의 투자를 완료했다”면서 “특히 부산시 전략 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현재는 스마트해양과 핀테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