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불장’ 묘수 찾는 정부, 지방 ‘규제완화’는 언제쯤

수도권 아파트 ‘패닉바잉’ 조짐
정부 “집값 억제 가용 수단 망라”
지방 부양책 후순위 밀릴까 우려
서울 잣대로 정책 저울질 말아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2025-06-17 20:14:00

이재명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할 강력한 대책을 고민하면서, 지방 수요 진작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이재명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할 강력한 대책을 고민하면서, 지방 수요 진작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2021년 부동산 급등기 수준으로 치솟으며 ‘패닉바잉’(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 탓에 발생하는 과도한 매수) 조짐마저 보이자 정부가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새 정부의 첫 정책 시험대가 될 전망인데, 서울 집값에 놀란 나머지 수도권 외 지역의 절망적인 건설·부동산 경기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부동산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4월 5410건에서 지난달 7010건으로 한 달 만에 29.6%나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한때 주춤했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로 전국의 자본이 몰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이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감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부동산시장 점검 태스크포스’ 회의 석상에서 “각 부처의 가용 정책 수단을 총망라하겠다”며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확대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수도권에 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수도권에 3만 세대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 공급 대책도 마련될 수 있는데, 이르면 내달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이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첫 정책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앞선 진보 정권 부동산 정책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역시 무슨 카드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을 잡는다고 지방 부동산이 살아나지는 않으며, 오히려 지방 부양책이 쓰여야 할 시점이 뒤로 밀릴까 우려한다. 부동산지인 정민하 대표는 “제2의 도시인 부산이라고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와는 시장 자체가 아예 다르기에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가 지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치솟는다면,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정책적 중요도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진보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급등인데, 지방 부양책을 썼다가 ‘서울에 이어 지방까지 부동산이 들썩인다’는 말이 나올까 봐 몸을 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한건설협회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지방 취득세 50% 경감과 5년간 양도세 감면을 요청했다. 지방 부동산 수요 창출을 위해 취득세 중과 완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 적용,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등도 함께 제안했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했던 이 같은 지방 부양책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부산 부동산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서울 부동산 억제책 이후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대통령실 이전 이슈 등으로 급등하는 세종이 서울과 유사한 규제로 묶인다면, 지방 도시 가운데 먼저 치고 나오는 도시는 부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울 상황을 잣대로 부동산 정책을 저울질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 관료들을 만날 때마다 지방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부동산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국한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의 집값 급등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지방의 업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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