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투자은행 '소탐대실' 될라… 지역 여론 냉랭

李 부울경 대표 공약 설립 속도
산은 일부 기능 뗀 '생색용' 의혹
과거 정책금융공사 재연 우려
시민들 "산은 이전 포기 안 돼"
지역 금융·산업계는 일단 환영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2025-06-17 20:20:00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지난 3월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지사 부산항 홍보관을 방문,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지난 3월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지사 부산항 홍보관을 방문,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재명 대통령이 부울경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동남권투자은행’(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에서는 작은 것도 얻고 큰 것도 얻을 수 있는 ‘소탐대탐’기회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내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동남권투자은행을 두고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이 “자칫하면 고래를 참치와 바꾸는 수가 있다”고 언급했듯 투자은행 설립이 산업은행 이전 무산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투자공사는 지역 산업 전환과 경제 재도약을 이끄는 국책형 지역 투자기관으로 설계됐다. 정부와 부울경 광역단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출자해 3조 원의 자본금을 만들고 정부가 운영 경비 등을 지원한다. 이 대통령은 앞서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넘어 해양산업금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까지 실현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금융투자업계와 산업계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부산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오롯이 부울경 투자와 산업 재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준다고 할 때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도 지난 9일 개최된 부산국제금융포럼에서 “부산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냉담한 분위기가 더 강하다. 따져보면, 동남권투자은행이 기존 산업은행 내 일부 부울경 관련 조직만 떼어내 준 뒤 ‘생색만 내는’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공사는 산업은행 내 하부 조직인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지역성장지원실’과 역할이나 내용에 있어 차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공사 형태는 과거에도 국채를 쓰는 방식으로 실패한 모델이고, 대부분 현물 투자로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도 “자본금 3조 원이면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의 유사 사례도 있다. 2013년에도 한국정책금융공사를 부산에 가져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 이전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정부가 2009년 산업은행의 일부 기능을 떼어내 만든 기관이다. 지역개발, 사회기반시설 확충,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금융시장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을 위해 정부가 15조 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이후 산업은행과 역할이 겹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2015년 1월 1일 자로 산업은행에 재통합됐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산은 이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산경실련은 17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투자은행은 규모나 향후 운영 측면에서 산은 이전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공공기관 2차 이전에 산은 부산 이전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가덕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대체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시민들이 뭉쳐 결국 성사시켰고, 완공 목표도 2029년으로 앞당긴 선례도 있다”면서 시민 차원에서 산은 이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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