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응징당할 것”… 이스라엘, 대이란 공세 계속

이란 최고지도자, 미 공습 후 첫 입장 표명
다만 미국 관련해선 직접 언급은 피해
당분간 공습 버티며 국면 전환 노릴 듯
NPT 탈퇴 후 핵개발 ‘북한 전철’ 우려도
이스라엘, 아랑곳 않고 미사일 타격 지속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2025-06-23 17:50:11

이스라엘 한 소녀가 22일(현지 시간)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 하이파 지역에서 인형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한 소녀가 22일(현지 시간)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 하이파 지역에서 인형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서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후 나온 하메네이의 첫 공식 반응이다. 이를 두고 이란 정권이 핵무기 제조를 결단, 핵확산금지조약(NPT) 조약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북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이에 아랑곳 않고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하메네이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적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엄청난 범죄를 자행했다”면서 “응징당해야 하고 지금 응징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오니스트는 유대 민족주의자를 뜻하는데 통상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하메네이는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의 공습 이후 처음으로 공식 보복을 천명하면서 항후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은 확실하게 보복하면서도 미국과의 전면전은 피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까닭에 이란 정권은 공격 수위를 신중하게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공습이 ‘단발성’ 개입임을 시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처럼 미국이 지상군을 대거 투입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버텨내며 국면 전환을 노릴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란 신정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 핵무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게 가장 신속한 종전 시나리오로 꼽히지만 이는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로 꼽힌다는 게 글로벌 안보 전문가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압도적 무력에 영토가 연일 유린당하는 데다가 마지막 보루인 핵시설까지 타격받자 궁극의 억제력을 쟁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강경론이 내부적으로 힘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뉴스위크에 따르면 에브라힘 레자에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은 22일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조약에 대한 재검토가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자에이 대변인은 “대다수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IAEA와의 협력 혹은 관계 유지를 중단하는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NPT에 가입했다가 도중에 탈퇴한 국가는 현재까지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은 2003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우려를 들어 NPT 탈퇴를 선언했으며 3년 뒤인 2006년 첫 핵무기 실험을 실시했다.

이에 전에 없는 위기에 내몰린 이란 지도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핵무기 제조를 결단해 북한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이란이 보복 수위를 두고 고심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관련 시설 타격에 집중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공방 열흘째인 22일 이란의 미사일 발사장과 미사일 보관 시설, 군사 위성 및 레이더 시설을 포함해 수십 개의 군사시설 표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이란 북서부 지역 여러 곳도 공습했다. 이란 중부 지역에서는 앰뷸런스가 공격당해 최소 3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관련 인프라 타격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따른 대이란 공세의 탄력을 이어가는 한편 공방 장기화에 따른 미사일 재고 소진 및 비용 부담 증가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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