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06-23 18:23:51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지역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산업계의 호르무즈 해협 중요도가 크지 않아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협 봉쇄가 이뤄지고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임비 상승, 병목 현상으로 인한 물류 지연 등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중동 교역 규모 크지 않아 ‘안도’
23일 부산시, 한국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산의 중동 지역 수출은 59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철강으로 1140만 달러를 수출했다. 이어 승용차, 펌프, 니켈 가공 중간재, 기타 산업기계 등이 뒤를 이었다. 승용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간재 품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건설 수주 등과 관련된 제품들이 주로 수출되는데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중간재 수출길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수입 제한 조치와 같은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동과 수산물을 수출입하는 수산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수산물 수출입은 호르무즈 해협보다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중동에서 수산물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동향 파악을 하느라 분주하다. 바레인으로부터 수입되는 꽃게의 양은 지난해 기준 2500t가량이며, 아랍에미트(UAE) 등 중동 지역으로부터 수입되는 갈치도 270t가량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지역 산업계는 유가가 어느 정도 뛸지를 가장 우려한다. 특히 물류 중심지인 부산은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부산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관계자는 “운송 비용 중에서 유가가 40%를 차지할 정도로 육상 물류는 유가 상승에 예민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 상승이 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지역에는 1차 가공된 제품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당장 유가 상승 등에 영향은 제한적이라 해도 사태가 길어지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부산시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지역 수출입 현황 등을 점검했다. 부산시는 중동 사태 관련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해외 물류비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장기화 땐 유가 비용 커져 ‘불안’
유럽 수출 물량이 큰 르노삼성 등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일단 수출 루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접적인 영향권은 아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우회하는 루트에 배들이 몰릴 경우 운송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불안감이 크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300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2000선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모두 우회 항로 확보가 필요해지면서 운송 지연과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
벌써 호르무즈 해협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이 줄어들고 있다. 23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10% 이상의 실질적 선복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원양 노선(아시아-유럽·미주) 운임 강세가 예상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선복 부족으로 인한 주요 항만 대기시간 증가, 하역 지연, 환적 연쇄 차질 등 병목 현상도 예상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글로벌 해상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공급망기획단’을 꾸려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기획단은 해상 위험도 및 항로 리스크 변동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환적 항만의 대기시간 및 선복 가용성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