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았다…고단한 일터의 삶 다룬 공연 두 편

철거 현장 일용직 노동자 삶 조명
1인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부산 출신 오치운 배우 귀향 무대
28~29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지원작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
AI와도 경쟁 대기업 사무직 애환
29~3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11-24 13: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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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부산문화회관 제공

29~3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 부산문화재단 제공

황량한 철거 현장에 육체를 갈아 넣는 일용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 끝없는 보고서와 멈추지 않는 회의 속에서 생존경쟁을 펼치는 대기업 사무직. 근무 여건과 장소는 다르지만, 자신의 꿈과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전쟁을 이어가는 일터의 모습이라는 본질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두 공연이 나란히 부산 무대에 오른다.

연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공연 장면. 부산문화회관 제공

연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포스터. 부산문화회관 제공

∎연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철거 노동자의 일상을 통해 노동, 기억, 죽음, 그리고 존엄을 이야기하는 1인극이다. 주택 철거 현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무대 위에 홀로 등장하는 고윤호(오치운)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일용직 백두영의 삶을 회상한다. 쇠망치, 슬리퍼, 모형 주택과 장난감 자동차 등 다양한 오브제는 때론 인물이 되고, 또 때론 극을 이끄는 서사의 상징이 된다. 작업등과 현장 벽체를 이용한 거대한 그림자, 건물을 철거하려 내려치는 쇠망치 소리는 일일이 서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대변한다.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은 2024 서울미래연극제에서 “모노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작품상과 연기상, 연출상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25 서울아트마켓(PAMS)에서 ‘팸스 초이스’로 선정되며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원작은 철거와 택배, 청소 등 다양한 노동 경험을 쌓은 이용훈 작가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다. 이용훈 작가는 2018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으로 2022년 첫 시집 <근무일지>(창비)를 출간했다. ‘오함마백씨해장 완판본’은 작가가 살아온 삶과 노동을 시적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인 셈이다.

연출과 연기는 오치운 배우가 맡았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극단 동녘에서 활동하던 2001년 부산연극제에서 ‘사랑, 첫 이미지-꿈’으로 연출상과 희곡상을 받은 부산 출신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서울로 무대를 확장한 오치운은 연극 ‘망원동브라더스’ ‘체홉, 여자를 읽다’ ‘15분’ 등 대학로에서 주로 활동하며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있다. 오치운은 한 인터뷰에서 이용훈 작가의 이번 작품을 무대에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철거 현장을 쫓아다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부산문화회관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연극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은 오는 28일(오후 7시 30분), 29일(오후 2시) 두 차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R석 4만 원, S석 2만 원. 예매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문의 051-607-6000.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 포스터. 부산문화재단 제공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

(재)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청년연출가 작품제작지원사업’의 2025년 최우수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직장 환경을 배경으로, 기술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유쾌하게 그려낸 블랙코미디 뮤지컬.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윤서진. 기대와 달리 그를 기다리는 것은 조직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눈치 싸움이다. 심지어 자신의 업무 파트너는 AI 어시스턴트 로아. 스펙, 센스, 모든 게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윤서진은 감정 없이 효율만 앞세우는 로아와 충돌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여기에 중간관리자로서 샌드위치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박민수 과장,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워킹맘 최진아 팀장, 매너리즘에 빠져 지내는 김도현 대리, 불안을 안고 사는 만년 계약직 이지혜 사원, 그리고 인턴까지. 무한경쟁시대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을 현실적 고민과 불안, 행복에 관한 질문을 음악과 연기로 풀어내며 공감을 끌어낸다.

박용희 연출가는 “오늘도 하루를 버티고 있을 직장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며 “향후 부산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창작 뮤지컬 ‘셔츠(SHIRTS.)’는 오는 29일(오후 3시, 7시)과 30일(오후 4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선보인다. 모든 좌석 5만 원 균일가로 NOL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051-745-7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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