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6-10-02 15:30:35
부산항 북항재개발구역 1단계 내 환승센터 공사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속보= ‘3.3m 단차’ 문제로 법적 분쟁(부산일보 7월 7일 자 3면 보도 등)까지 번졌던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 개발 사업이 정상화 수순을 밟을 계기를 마련했다. 사업자 측이 법정에서 설계변경을 위한 확약서 날인 등 부산항만공사(BPA)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항 재개발 구역 내 핵심 공공부지의 공사 중단 장기화를 막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부산지법 민사14부(신헌기 부장판사)는 2일 오전 BPA가 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 사건의 조정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 사업자인 피큐건설의 모기업 협성종합건업 측은 “그동안 BPA가 요구했던 설계변경을 약속하는 확약서에 날인하고, 관련 절차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피큐건설 측은 2022년 5월 최초 설계안과 달리 2024년 2월 환승센터 저층부 옥상광장 위치를 기존보다 3.3m 높게 설계했다. 이에 BPA는 같은 해 11월 단차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부산항 조망권을 가릴 뿐 아니라 노약자와 장애인의 보행권도 침해할 수 있다며 지구단위계획 지침 위반을 이유로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다.
피큐건설 측은 구두로 여러 차례 설계 변경 의사를 밝혀왔으나, BPA는 이를 약속하는 공식 확약서 날인을 요구했다. 사업자 측은 확약서 내용이 다소 불리하다고 판단해 지연배상금 부과와 철거이행보증보험 제출 등 독소조항을 문제 삼으며 수정 확약서를 제출하고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BPA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BPA는 확약서 날인 거부를 단차 해결 의지 부족으로 판단해, 지난 6월 16일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부산의 관문이자 북항 재개발 1단계 지구 내 사실상 유일한 공공부지인 환승센터 조성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왔다.
재판부는 지난 8월 5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0일 심문을 종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의 공공성과 신속성을 강조하며 법원 판단에 앞서 양측이 자율적으로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자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재판부가 심문 종결 이후 조정기일을 지정했다.
사업자가 이날 법정에서 요구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나섰지만, BPA 측은 소를 즉시 취하하지 않고 법원이 조정기일 내용을 바탕으로 내려줄 최종 결론 및 조정안을 기다릴 방침이다. BPA 측은 “합의 취하를 하는 것보다 기판력과 공신력이 있는 법원의 조정 결과를 받는 것이 서류상 명확하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의 중재안에도 당사자 중 한쪽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법적 다툼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사업자 측은 BPA 요구에 따라 확약서에 날인하고, 3~4개월 내로 단차 해소 방안을 마련해 관련 행정 절차를 밟을 의지를 밝혔다. 이날 조정기일에 참석한 추연길 협성종합건업 부회장은 “사업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게 맞다는 판단하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설계변경을 위한 절차를 신속히 밟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사 중지 가처분 사건과 별개로 관할 지자체인 부산 동구청도 사업자가 제출한 설계 변경안과 공사감리자 의견 등을 검토한 결과, 건축위원회 심의 내용과 다르게 기초 지정공사와 일부 골조 공사가 진행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8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