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청년 엑소더스/김유현
경남연구원의 원래 이름은 경남발전연구원이었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지역개발 사업만 연구하는 기관으로 협소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언제부턴가 지역연구원들은 명칭에서 발전이라는 단어를 앞다퉈 떼기 시작했다’라고 한다. 경남은 부산과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형제라고 할 만큼 비슷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저자는 경남연구원에서 일하며 지역의 산업과 경제, 인구와 청년 문제, 일자리와 노동 시장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중 청년정책을 연구하며 느낀 소회를 <경남 청년 엑소더스>로 묶었다.
어느 날 경남 사람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그에게 청년정책 연구가 떨어진다. 시작부터 청년의 삶을 위한 것이 청년정책인지, 아니면 지역이 소멸하지 않도록 청년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이 청년정책인지 헷갈려 한다. 지역 청년정책이 어느 순간부터 일제히 청년을 지역에 붙잡아 두는 수단을 찾는 것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청년을 지역의 주체로 대하기보다 지역 인구 유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청년정책 연구가 성공할리가 만무하다.
대기업도 많고 대규모 생산 시설도 즐비한 산업도시인 경남에서 대체 왜 살기 어렵다고 할까. 알고 보니 대기업은 경영난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은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청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SNS와 미디어를 통해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일자리와 주거, 결혼식과 육아 환경에 대한 정보는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대다. 그런데도 지역 사회는 달라진 현실을 헤아려 주지 않고 일단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만 한다. 청년은 지역의 변화를 바라지만, 지역은 청년의 순응만 요구하니 뭐 어쩔 것인가.
환경이 맞지 않으면 살던 지역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자, 지역은 수도권의 청년정책을 닮는 것이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청년정책도 수도권이 앞서가는 정책을 내놓으면 각 지역은 사정을 따져 보기보다 앞다퉈 이를 도입하느라 바빴다. 수도권에는 수도권의 청년정책이, 경남에는 경남에 맞는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경남에 남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묻지 않은 채, 수도권과 같은 청년정책으로 떠나는 청년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다.
청년이 떠나 지역이 어려워지니 청년을 붙잡아야 한다는 접근 방식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청년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남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 있었다. 지역의 생존을 위해 바꿔야 할 대상은 청년이 아니라 지역의 여건과 환경이었다.
지역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가 유출되는 지역일수록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수요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구가 줄어 수요가 부족하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생활 여건이 나빠지면 다시 청년이 떠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지역 투자를 판단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역에서도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권리와 국가균형발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과밀과 주거비, 경쟁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결론은 국가균형발전뿐이다. 김유현 지음/틈새책방/304쪽/2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