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말하는 아다마 트라오레 "지구상에는 적수가 없다"(BBC)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0-02-14 12:08:53

울버햄튼 아다마 트라오레. EPA연합뉴스. 울버햄튼 아다마 트라오레. EPA연합뉴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킥력을 갖춘 아다마 트라오레(울버햄튼)에 대해 이전 팀 동료들은 '적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영국 BBC방송은 트라오레의 전 동료들과 나눈 인터뷰에서 트라오레를 집중 분석했다.

맨시티에서 뛰었던 마이카 리차즈는 아스톤 빌라에서 트라오레와 함께 뛰었다. 2015년 여름 당시 리차즈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었고, 트라오레는 바르셀로나에서 온 19살짜리 루키 선수였다.

리차즈는 트라오레를 상대했던 훈련을 떠올리며 엄청난 스피드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솔직히, 트라오레는 나를 20야드(약 18m)는 따돌렸다"며 고개를 저었다.

리차즈는 "우리는 훈련을 앞두고 함께 워밍업을 했는데, 나는 몸이 충분히 풀렸기 때문에 '이 친구가 얼마나 빠른지 보자'라는 심정으로 경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이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와 붙어도 속도로 압도당한 적은 없었다"며 "완전히 다른 레벨에 있어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들은 월콧, 아그본라허, 아론 레넌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트라오레는 그들보다도 빨랐고, 나는 그 이후 다시는 그와 경주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BC는 트라오레에 대해 "몸매는 미들웨이트급 복서 같은데 속도는 올림픽 스프린터 같다"면서 맨시티를 두번 격파했고, 리버풀 클롭 감독도 그의 퍼포먼스에 대해 '불가능한 플레이'(Unplayable)고 묘사했다고 강조했다.


맨시티 오타멘디와 경합하는 트라오레. AP연합뉴스. 맨시티 오타멘디와 경합하는 트라오레. AP연합뉴스.

그러나 트라오레는 항상 칭찬만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지금의 모습과 달리 어린 시절 트라오레는 마른 체격이었고, 속도와 드리블 기술은 눈에 띄었지만 다른 부면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트라오레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합류한 것은 8살 때다. 당시 트라오레는 또래들보다 훨씬 우수했고, 17살이던 2013년에는 바르셀로나 B팀까지 들어갔다. 트라오레는 스페인 16세 이하 팀에서도 활약했고, 바르샤 1군 합류는 시간 문제였다.

그는 2013년 11월 캄프 누에서 열린 그라나다와 홈 경기에서 네이마르 대신 교체 투입돼 팀 역대 9번째 최연소 선수가 됐고, 시즌 중 열린 후에스카와 코파 델 레이 경기에서는 개인 능력으로 골까지 기록했다. 당시 마르카는 "메시가 넣는 골 같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이내 벽에 부딪혔다. 새로 부임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트라오레를 중용하지 않았다. 당시 바르샤 B팀 감독이었던 조르디 비냘스는 트라오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엘 문도 인터뷰에서 "마치 포뮬라1 차를 어린 아이가 모는 것 같았다. 기계(신체능력)가 그를(재능을) 지배했다"고 설명했다.

비냘스는 2015년 2월에도 트라오레가 개인 위주로 플레이하려는 성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비냘스는 트라오레에 대해 "때때로 그는 전쟁을 혼자서 끝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개인 플레이를 해야 할 때와 팀을 위해 플레이 해야 할 때를 조금씩 조금씩 배울 것이다"고 말했다.


리버풀 선수들 상대로 드리블 돌파 시도하는 트라오레. EPA연합뉴스. 리버풀 선수들 상대로 드리블 돌파 시도하는 트라오레. EPA연합뉴스.

그해 여름, 트라오레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엔리케 감독은 그에게 1군에서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았고, 트라오레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르샤 B팀에 남아 기다릴 것인지, 팀을 떠나 새로운 팀을 찾을 것이지 말이다.

결국 트라오레는 새로운 무대인 EPL을 택했다. 그를 받아들인 아스톤 빌라는 트라오레에 거는 기대가 컸다. 리차즈는 "트라오레가 오리 전에 그에 대한 영상을 봤다"며 "(당시 감독이었던) 팀 셔우드가 '이 아이 좀 봐라'면서 바르샤 B팀에서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줬는데, 그는 내가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돌파를 해냈다"고 떠올렸다.

팀 셔우드는 리차즈에게 "우리가 얘를 영입할 기회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리차즈는 "잡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고 답했다.

아스톤 빌라는 700만 파운드(약 108억 원)에 그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내 바르샤는 알고 있던 트라오레의 몇몇 결함들을 발견했다.

리차즈는 "그는 겨우 19살이었으니, 당연히 다듬어지지 않은 선수였다"며 "훈련에서 그는 빨랐지만, 크로스 실력은 좋지 않았다. 볼을 찰 때 머뭇거렸고, 정확한 크로스 포인트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트라오레는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나아졌"지만, 잉글랜드에서의 첫 번째 시즌은 실패로 끝났다. 부상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 언어장벽과 감독 교체 등이 걸림돌이었다. 트라오레는 첫 시즌 EPL에서 10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이어진 2016-17시즌 팀은 강등됐고, 챔피언십에서 16분 밖에 뛰지 못한 트라오레는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로 이적했다. 아이토르 카랑카 감독은 자신이 트라오레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그의 재능을 알아봤던 아스톤 빌라 팬들은 트라오레를 보내는 것에 항의했다.

리차즈는 "사실 트라오레는 아스톤 빌라에서 꽤 잘했고, 그가 몇 달간 뛰지 못했던 것은 발목 부상 때문이었다"며 "아스톤 빌라 팬들은 트라오레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알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잘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라오레는 2016-17시즌 27경기를 소화했으나 미들즈브러는 강등됐고, 카랑카 감독 대신 부임한 개리 몽크 감독도 23경기 만에 물러났다. 이어진 토니 풀리스 감독의 부임은 트라오레의 잉글랜드 커리어에서 중요한 순간이 됐다.

아스톤 빌라 시절부터 트라오레를 지켜본 풀리스는 그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알았다. BBC 인터뷰에서 풀리스 감독은 "나는 트라오레가 정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팀에 부임해 훈련하기 전까지는 그 정도로 빠르고 잘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면서 "그의 속도와 밸런스는 환상적이었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풀리스는 "나는 그를 정기적으로 사무실로 불러 대화했다. 트라오레는 항상 발전하고 싶어했다"며 "그를 매주 불러 격려했고, 그가 부진할 때도 도와줬다. 나는 그를 믿었고, 그도 나를 믿었다"고 덧붙였다.

미들즈브러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해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풀리스와 함께 한 22경기에서 트라오레는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트라오레는 시즌이 끝났을 때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영 플레이어, 선수가 뽑은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맹활약한 트라오레의 프리미어리그 복귀는 필연적이었다. 2018년 8월 울버햄튼이 클럽 레코드인 1800만 파운드(약 278억원)에 트라오레를 품었다.


트라오레와 누노 산토 감독. AP연합뉴스. 트라오레와 누노 산토 감독. AP연합뉴스.

울버햄튼에서의 첫 시절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누노 산토 감독의 동기부여와 격려 덕에 트라오레는 점점 발전했다. 클럽의 모든 이들은 트라오레에 대해 '겸손하고 조용하고 친절하며 가족에 헌신적이다'고 입을 모았다.

트라오레의 잠재력은 이번 시즌 빛을 발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트라오레는 현재까지 132회의 드리블을 성공해 이 부문 최고에 올랐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윌프리드 자하만이 123회로 트라오레에 근접했다.

팀 동료인 맷 도허티는 "아다마는 자신감이 있는 선수"라며 "그의 속도와 힘은 '불가능한 플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는 이제는 완전히 다른 야수가 됐다"고 극찬했다.

도허티는 "나는 그를 따라잡지 않는다. 그는 정말 빠르다"면서 "지난 시즌에는 내가 종종 (트라오레의) 앞으로 갔는데, 이번 시즌에는 트라오레가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나는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가 풀백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릴 수 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재능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나 그에게 공을 준다"고 덧붙였다.

리차즈는 "트라에로의 속도는 아무도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라올의 플레이를 막으려면 그에게 패스가 가지 않도록 해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를 상대하고 있다면 파울을 범하지 않고는 멈춰세울 수 없다. 그와 정면승부를 펼쳐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버풀의 반 다이크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지만, 그조차 트라오레를 제압할 수 없다. 아무도 그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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