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2025-01-08 18:25:20
부산 지역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가 일찌감치 등록금을 동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국 주요 대학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 의사를 드러내면서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는 깨질 전망이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4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으나 올해는 등록금 인상 대학이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8일 부산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은 올해 등록금 논의를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진행하며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동명대와 동서대는 최근 등심위를 한 차례 열어 등록금 인상 여부를 논의했다. 부산대와 동의대는 10일 첫 등심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타 대학도 잇따라 등심위를 열고 다음 달 초순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 이전에 등록금 인상 또는 동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학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빨리 진행되면서 등록금 결정은 예년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각 대학에서는 올해 등록금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학들은 2009년부터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기조를 이어가기에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부산 한 사립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등록금 인상을 자제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고,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는 더 이상 동결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서강대는 지난달 26일 학부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4.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대 역시 지난 2일 4.97%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들 역시 줄줄이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교육부가 정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상한률(5.49%) 범위 내에서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해 11월 사립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대학 90개 중 53.3%인 48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 주요 사립대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할 경우, 부산 지역 사립대들의 인상 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동아대와 동의대, 경성대, 영산대 등 4개 대학이 학부 등록금을 인상했다. 동아대는 지난해 1학기 등록금은 동결하고, 2학기부터 5.5% 인상했다. 동의대와 경성대도 각각 5.44%, 5.64% 등록금을 올렸다. 영산대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5.15% 인상을 결정했다. 부산 대학가에서는 21개 대학(4년제 13개, 전문대학 8개) 중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은 부산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을 올해도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대학과 함께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대학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논의 과정이 활발한 만큼 올해는 더욱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8일 다시 한 번 등록금을 동결해 줄 것을 각 대학에 요청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8일 거점국립대 총장 9명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등록금 동결을 다시 요구했다. 오 차관은 “국립대가 엄중한 시국에 등록금 동결에 참여해 모범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