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3-02 13:43:35
지난해 국내 박사 학위 수여자 10명 중 3명은 직업이 없는 '백수'로 조사됐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는 절반 가까이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용시장의 칼바람이 더욱 매서웠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무직자'의 비율은 총 29.6%로,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 1만 442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70.4%로 집계됐다. 반면에 일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실업자)은 26.6%,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3.0%였다.
신규 박사 학위 무직자 비율은 2014년 24.5%에서 시작해 2018년까지 25.9%로 20% 중반에 머물렀지만, 2019년 29.3%로 껑충 뛰어올랐고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전국 대학에서 전년도 8월과 해당 연도 2월에 졸업한 박사 학위 취득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다.
이같은 현상은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통념과 다르게 고소득·고학력자의 일자리를 더 많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 등의 전망도 나오고 있어 이같은 악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특히 청년층 신규 박사의 구직 어려움이 역대급으로 심각했다.
지난해 박사학위를 딴 30세 미만 응답자 537명 중 무직자는 47.7%로 역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45.1%였고, 2.6%는 구직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였다.
한편, 성별로 보면 무직인 여성 박사의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작년 무직자의 비율은 남성 박사(6288명) 중 27.4%, 여성 박사(4154명) 중 33.1%로 각각 나타났다.
무직자의 비율을 전공 분류별로 보면 예술 및 인문학이 40.1%로 가장 높았다. 자연과학·수학 및 통계학(37.7%),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33.1%) 전공자도 무직자의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신규 박사 중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7.4%는 2000만∼60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한 응답자 7346명 중 27.6%가 2000만 원∼4000만 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했다. 19.8%는 4000만 원∼60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1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 박사는 14.4%였다. 1억 원 이상 연봉자의 비중은 남성에서 18.7%였지만 여성에선 7.2%에 그쳤다. 반대로 2000만 원 미만 연봉자의 비중은 남성 6.6%, 여성 17.3%로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전공기준으로 보면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중은 경영·행정 및 법(23.5%)에서 가장 높았다. 보건 및 복지(21.9%), 정보통신 기술(20.3%)도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율이 높았다. 반면 연봉 2000만 원 미만의 박봉을 받는다고 응답한 전공은 예술 및 인문학(25.5%)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4983명이 응답한 '직장 선택 시 고려사항' 항목에서는 전공 관련성을 선택한 박사가 전체의 30.2%로 가장 많았다. 급여(26.1%), 고용안정(16.9%)도 중요한 선택 요소였다. 실제 업무와 전공의 관련 정도에 대한 응답으로는 89.0%가 '높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11.0%가 낮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꼴로 박사를 땄음에도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취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