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3-03 08:01:13
횟집에 가면 기본 안주로 자주 나오던 동해안의 대표적 수산물인 오징어가 ‘국민 수산물’로서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연근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 ‘금(金)징어’로 불릴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수온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어군 형성이 부진하거나 어군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등 어장지도’가 바뀌면서 전반적인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오징어와 고등어, 명태, 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가격이 평년과 전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연근해산 냉장 물오징어 가격은 마리당 9417원으로 1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1년 전보다 21.2%, 평년보다 27.2% 오른 가격이다. 국산 냉장 고등어 가격은 마리당 4653원으로 1년 전보다 20.7% 올랐고, 마른 멸치는 100g당 2534원으로 17.2% 비싸졌다.
이처럼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최근 어획량이 감소한 탓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전체 어업 생산량은 361만t(톤)으로 전년보다 2.2% 줄었다. 특히, 밥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의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보다 11.6% 줄어든 84만 1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1971년(76만 4000t)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평균 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 116만t으로 급감한 뒤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오징어의 작년 생산량은 1만 3500t으로 전년보다 42%나 급감했다. 고등어와 갈치는 전년대비 각각 17.4%, 26.6% 줄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오징어는 연간 약 20만 t(톤)가량 잡히면서 대중 어종으로 자리잡았으나, 2017년 10만 t 밑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후, 2022년에는 3만여t으로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며 가격이 뛰었다.
해수부는 오징어 가격 안정을 위해 원양 오징어 반입, 냉동오징어 비축·방출, 오징어 대체 어장 개척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는 고수온 등 기후변화 영향과 더불어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한다.
우선, 수온 변화로 인해 오징어 어장이 동해안에서 북한 해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남한에서 잡을수 있는 오징어 양이 감소했다. 러시아 해역까지 가야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주 연안의 수온 상승으로 방어 어장이 북상하거나, 서해에서 잡히던 꽃게가 수온이 오른 동해에서 잡히는 등 어장 지도가 바뀌면서 어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 들어가 새끼오징어까지 남획하는 것도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의 요인이다.
고수온으로 어장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인 가운데, 매년 속출하는 고수온 등으로 인한 양식 어류 집단 폐사도 심각한 문제다. 해수부에 따르면 작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 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는 우선 고등어와 오징어, 갈치, 명태, 참조기, 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을 대상으로 생산량과 산지 가격, 재고량, 수출·수입량을 고려해 수급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또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폐사 문제와 관련 고수온에서 양식이 가능한 대체 품종을 보급하거나 양식장 이전 지원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