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 2025-03-02 17:21:30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마이너리그행이 거론됐던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앞에서 터뜨린 홈런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김혜성은 2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서 8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김혜성이 실전에서 홈런을 친 건 미국 진출 후 최초다. 멀티출루(한 경기 2출루 이상), 타점, 득점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김혜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071에서 0.125(16타수 2안타)로 상승했다.
같은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도 3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이정후의 타율은 0.222에서 0.333(12타수 4안타)으로 올랐다.
김혜성은 0-2로 뒤진 3회말 첫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오른손 투수 트리스탄 백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낮은 직구를 잘 참았다.
이어 그리핀 록우드-파월이 좌전 적시타를 날렸고, 상대 팀 좌익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흘리자 김혜성은 쏜살같이 뛰어서 홈으로 들어왔다.
홈런은 1-2로 뒤진 5회말에 터졌다.
1사에서 타석에 들어간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 세 번째 투수, 우완 메이슨 블랙을 잘 공략했다. 한 가운데로 들어온 시속 147.4㎞ 초구 직구를 잘 밀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날렸다.
4-5로 뒤진 7회말 공격 무사 1루에선 우완 트레버 맥도널드를 상대로 2루 땅볼을 쳤다. 1루 주자 코디 호세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됐고, 김혜성은 전력 질주해 1루에서 살았다.
김혜성은 후속 타선이 폭발하면서 득점을 추가했고 7회말 공격이 끝난 뒤 대수비로 교체됐다.
경기 후 김혜성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첫 홈런이라 큰 의미가 있다. 정말 기쁘다”면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은 에이전트사 CAA에서 한솥밥을 먹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의 조언으로 다저스를 선택했다.
김혜성은 “오타니에게 야구에 관해 많이 물어봤고,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해줬다. 정말 고맙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혜성의 시범경기 1호 홈런이 터지자 더그아웃 앞까지 그를 마중 나왔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역시 반색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홈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그는 스트라이크 존을 새로 설정하는 중인데, 기간은 짧아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말 열심히 연습 중이다. 홈런에 볼넷까지 골라냈으니 오늘은 그에게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혜성보다 팀 내 입지가 단단한 이정후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1회부터 적시타를 날렸다.
1사 3루 첫 타석에서 다저스 선발 맷 사워를 공략했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몰린 시속 136.95㎞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익수 쪽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추가했다.
이정후는 2-0으로 앞선 1사 1루에서 사워를 다시 두들겼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가운데 몰린 시속 133.25㎞ 스플리터를 놓치지 않고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 몰린 뒤 피치 클록에 걸려 자동 아웃됐다.
MLB에서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12초 안에 완전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길 시 투수는 볼 1개, 타자는 스트라이크 1개를 부과받는다.
아웃된 이정후는 공수 교대 때 대수비로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접전 끝에 다저스가 6-5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