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찍혔는데… LS마린 호재공시 후 시간차 유증에 ‘싸늘’

2783억 유상증자…기존주수 대비 60%
유증 발표 20분 전에 3458억 투자공시
17% 올랐다가 12% 빠져 ‘롤러코스터’
LS그룹 중복상장 논란 중심서 비판받아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5-27 15:55:43

LS마린솔루션이 보유한 포설선 GL2030. LS전선 제공 LS마린솔루션이 보유한 포설선 GL2030. LS전선 제공

LS마린솔루션이 기존 주주들의 희생이 필요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직전 호재성 공시를 먼저 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간 ‘중복 상장’의 대표 기업 격으로 시장의 비판을 받아온 LS를 향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LS마린솔루션은 27일 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2783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는 1957만 주가 발행되는데 이는 전체 발행주식(3266만 8854주)의 60%에 달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이 예고된 만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LS마린솔루션은 28일 전날보다 7.9% 떨어진 1만 7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12.15% 급락하기도 했다.

문제는 LS마린솔루션이 전날 오후 4시 12분 유상증자 공시에 앞서 3458억 원 규모의 CLV 신규 투자를 먼저 냈다는 점이다. 해당 공시 직후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에서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1만 9400원에서 2만 2700원까지 17% 급등했다. 그러나 20분 뒤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며 12% 하락했다. 이 시간 변동 폭이 30%에 육박한 것이다.

LS마린솔루션은 투자 계획을 공시한 이후에 자금조달 방법으로 유상증자 공시를 낸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고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검토 하에 공시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LS마린솔루션 관계자는 “공시 절차상 거래소·금감원 검토 등의 사유로 10분 이상의 물리적 시간 갭(시간 차)이 존재할 수 있다”며 “향후 공시 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재 공시에 기대를 걸고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S그룹은 이미 ‘쪼개기 상장’ ‘중복상장’ 논란으로 주주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S그룹은 LS이링크, LS전선, LS MnM(엘에스엠앤엠), LS엠트론,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등 9개 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4개의 상장사를 갖고 있는 LS전선도 LSEV코리아, LS에코첨단소재 등 2개 자회사 상장을 준비한다.

LS는 대기업집단 자산 순위 16위로 총 10개 계열사를 상장했는데 이는 자산 순위 11~20위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통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증시에 동시 상장되면 자회사의 가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모회사의 주가는 할인 평가된다. 이에 중복 상장은 기업가치 평가 왜곡과 주주가치 훼손으로 연결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올해 초 중복상장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집중 포화를 맞기도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중복 상장 비율은 약 18%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중국(1.98%)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높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돈이 될 만한 기업을 인적 분할이나 물적분할로 뗀 뒤 다시 상장하는 기업들에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후보 당선 시 중복 상장 제한 등 일반 주주 권리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은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LS그룹 관계자는 중복 상장 우려에 대해 "LS이링크는 기존에 없던 신설 법인을 설립해 신사업에 진입하는 회사이고 에식스솔루션즈, LS파워솔루션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존 자산에 없던 사업을 인수한 경우"라며 "핵심 또는 주력 사업을 분할해 상장함으로써 모기업의 가치를 쪼개거나 희석하는 중복 상장과는 다른 케이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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