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6-09-14 17:05:18
손목질환은 초기에 부목을 사용하거나, 비수술적인 보존치료만으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은 나르샤병원 이동기 병원장이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하는 장면. 나르샤병원 제공
‘손목이 아픈 건지, 팔꿈치가 아픈 건지…’
정형외과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 중에는 정확한 통증 부위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과 팔꿈치질환이 특히 그렇다.
손목을 뒤로 젖히는데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거나, 주먹을 꽉 쥐거나 악수를 하는데 손목과 팔꿈치가 같이 아프기도 한다. 손목이 문제인데 팔꿈치가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고, 반대로 팔꿈치 문제인데 손목이 아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팔꿈치 안쪽 신경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약지나 새끼손가락 쪽에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손목 vs 팔꿈치질환 왜 헷갈리나
전완근의 해부학적 문제 때문에 그렇다. 전완근은 손가락에서 시작해서 팔꿈치까지 연결되는 근육을 말한다. 손가락과 손목, 그리고 팔꿈치는 해부학적으로 연결돼 있어 정확한 병변의 위치를 찾기가 어렵다.
손가락과 손목의 섬세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주요 근육들은 대부분 팔꿈치 주변에서 시작된다. 그런 까닭에 팔꿈치에 과부하가 걸려 미세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근막을 따라 손목이나 손가락까지 방사통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손목과 팔꿈치가 신경 주행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팔의 감각과 운동을 지배하는 주요 신경(정중신경, 척골신경, 요골신경)은 모두 팔꿈치를 관통하여 손목으로 주행한다. 팔꿈치 부위에서 신경이 좁아지거나 압박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증상은 말초 부위인 손끝의 저림이나 방사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뇌의 감각인지 능력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도 손목과 팔꿈치질환의 감별에 한계로 작용한다. 피부 표면의 손상은 위치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지만 인대, 힘줄과 같은 심부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뇌는 정확한 통증 발화점을 짚어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로 인해 주변 부위 전체를 아우르는 모호하고 넓은 통증 내지는 연관통으로 인식하게 된다.
물론 자가 감별법도 있다. 테니스 엘보우와 골프 엘보우의 경우 팔꿈치 외측과 내측의 돌출된 뼈를 각각 눌렀을 때 뚜렷한 국소 압통이 나타난다.
나르샤병원 이동기 병원장은 “주먹을 쥐고 손목을 위 또는 아래로 강하게 꺾으면서 반대손으로 저항을 줄 때 팔꿈치에서 통증이 유발된다면 팔꿈치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팔꿈치를 고정한 상태에서 손목만 앞뒤 좌우로 움직였을 때 특정 각도에서 손목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발생하면 손목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손목 질환
신체 부위 중에서 아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곳이 손이다. 29개의 뼈와 23개의 힘줄, 그리고 미세 신경과 혈관이 얽혀 있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손목질환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손목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의 정중신경이 압박돼 엄지와 검지, 중지, 약지 일부의 저림 또는 통증이 유발된다. 반복적인 과사용이 원인이며 야간통이 특징이다. 명절 이후에 손목 과사용으로 환자가 급증하는 이른바 ‘명절증후군’ 질환 중의 하나다.
드퀘르벵 건초염은 손목 건초염이라고도 한다. 엄지를 움직이거나 물건을 잡을 때 엄지쪽 손목이 아픈 것이 특징이다. 자가 진단법은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으로 감싸쥐고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었을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스마트폰의 과사용이나 육아로 손목을 자주 꺾을 때 발병한다.
삼각섬유연골복합체(TFCC) 손상도 흔하다. 낙상으로 손을 짚거나 라켓 스포츠 등으로 손목에 강한 회전력이 가해질 때 자주 발생한다. 문고리 돌리기나 수건 짜기 등의 동작을 할 때 시큰거리는 통증과 불안정성이 나타난다.
손목 염좌는 손목이 갑자기 꺾여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상될 때 발병한다. 손목결절종(갱글리온)은 손목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관절액이 차면서 혹처럼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보존적 치료부터 최소침습수술까지
손목질환은 초기 진단 시에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아픈 곳의 안정을 위해 부목을 대거나 활동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소염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여 연부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비수술적인 치료도 시도해볼 만하다. 급성기 통증이나 염증이 심한 초기에는 초음파 유도하에 스테로이드 주입술이나 인대강화 주사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인대나 힘줄이 파열되거나, 신경이 눌리거나 좁아져 신경병증 및 근위축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 손목 대신에 어깨 등 큰 관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발병 초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방치할 경우에는 인대를 절개하여 신경 감압을 유도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드퀘르벵 건초염도 발병 초기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소염제 등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국소마취 후에 압박을 유발하는 구조물을 제거해 주는 건초유리술을 시행한다.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직후 즉각적인 증상 호전이 나타난다.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이 있을 경우에는 찢어진 연골 부위를 봉합하거나 불안정한 파열 조각을 다듬어주는 수술을 진행한다.
이 병원장은 “최근의 손목질환 수술은 대부분 최소침습기법을 활용해 연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흉터 부담이 적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 손목 통증인지 팔꿈치 통증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