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투석 환자의 슬기로운 가을맞이

오혜주 이샘병원 신장내과 원장

2026-09-14 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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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주 이샘병원 신장내과 원장 오혜주 이샘병원 신장내과 원장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타는 듯한 갈증과 수분 제한의 고통을 견뎌야 했던 혈액투석 환자들도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환절기의 기온 변화와 더불어 풍성함의 상징인 민족 대명절 추석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가 끝나면 호흡 곤란이나 전신 부종 등 위급한 상태로 응급실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무사하고 평안한 명절을 보내기 위해 혈액투석 환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건강 수칙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널뛰는 일교차 속 ‘면역력 저하와 감기’를 철벽 방어하라. 한낮엔 더위가 남았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에는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요독으로 면역 체계가 저하된 투석 환자들은 작은 기온 변화에도 매우 취약하다. 일반인에겐 가벼운 감기일지라도, 치명적인 폐렴이나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가위 명절 음식에 숨어 있는 ‘칼륨’과 ‘인’의 덫을 피하라. 추석 밥상에 오르는 송편, 갈비찜, 잡채, 각종 전과 나물 등은 기름지고 짤 뿐만 아니라 투석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칼륨과 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콩팥 기능이 상실된 환자는 칼륨을 배출하지 못해 혈중 칼륨 농도가 급상승하며, 이는 심장 근육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치명적인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밤, 대추, 곶감, 토란 등 명절 식재료와 배, 사과, 단감 같은 제철 과일은 고칼륨 식품이므로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과일은 하루 사과 반 개 정도로 줄이고, 채소는 껍질을 벗겨 미지근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두거나 끓는 물에 데쳐 조리해 칼륨을 30~50%가량 제거해야 한다. 국물은 절대 마시지 말고 건더기만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자.

짠 음식 뒤에 찾아오는 갈증도 경계해야 한다. 명절 음식을 먹다 보면 평소보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어 우리 뇌는 극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소변량이 거의 없는 투석 환자가 갈증을 해소하고자 물을 많이 마시면 잉여 수분이 폐와 심장에 고여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겪게 된다. 갈증이 심할 때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보다 얼음을 입에 물고 서서히 녹여 먹거나, 레몬을 띄운 차가운 물로 입안을 자주 헹궈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연휴 분위기는 즐거워 하지만 그럼에도 투석 스케줄은 절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귀성이나 가족 행사로 인해 정해진 투석 일정을 임의로 미루거나 건너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평소보다 과식하기 쉬운 명절에 투석까지 거르게 되면 체내에 요독과 수분이 급격히 쌓여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고향을 방문하기 최소 1~2주 전 방문지 근처 인공신장실에 연락해 임시 투석(객지 투석) 예약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만약 타 병원 투석이 불가능하다면 본래 다니던 병원에서 투석을 모두 마친 후 이동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투석 스케줄은 그 어떤 행사보다 최우선시되어야 할 생명줄이다. 건강을 잃으면 가족과의 행복한 명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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