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신 갚아준 빚 1,055,100,000,000

‘햇살론’ 대위변제율 25%대
소액생계비 연체율 작년 대비 2배↑
청년·고령층 부담 크게 늘어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2024-10-06 12:19:07

정부가 서민을 대신해 갚아준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하철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민을 대신해 갚아준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하철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민을 대신해 갚아준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액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를 대신해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이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의 대위변제 금액은 1조 5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올해 대위변제액이 359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지난 8월 말 현재 25.3%에 달했다. 서금원이 100만 원을 대출해줬을 때 25만 3000원을 떼이고 대신 돈을 갚는다는 의미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의 올해 대위변제액은 3398억 원, 저소득·저신용자가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게 지원하는 ‘징검다리’ 성격의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액은 2453 억으로 각각 집계됐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액도 420억 원, 대위변제율은 11.8%로 집계됐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액은 689억 원이었다. 대위변제율은 25%를 기록하며 전년 말(14.5%) 대비 10%포인트(P) 넘게 올랐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점수 하위 10%, 연 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최저신용자가 1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연체 이력이 있어도 대출이 가능해 주로 다중채무자가 이용한다.

햇살론뿐 아니라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혀온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도 급등 추세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26.9%로, 전년 말(11.7%) 대비 15.2%P 올랐다. 연체잔액은 2063억 원에 달한다. 연체율 급등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책상품 연체율뿐 아니라 각종 지표가 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취약계층들의 ‘급전 통로’인 카드 대출 규모는 지난 8월 말 기준 총 44조 665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신용회복) 신청 건수는 작년 18만 500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4년 28만 7000건, 2005년 19만 4000건에 이어 역대 3번째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건수는 약 7000건이다.

이강일 의원은 “청년층과 고령층 등 경제적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령대별 맞춤형 채무 조정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서민 경제 부양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상환유예·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정책서민금융 기반을 위해 금융권 공통 출연요율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금융회사가 서금원에 출연하는 요율은 가계대출 금액의 0.03%지만, 개정안에 따라 은행은 0.035%로,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은 0.45%로 올려 내년 말까지 적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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