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1억 들여 타 지역 작가 지원하는 부산시 미술 행정

부산시, 미술 신진작가 공모 진행
10개팀 중 6개팀 타지역 작가
지역 연계 프로그램 없어 아쉬운 결과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4-10-22 14:14:16

부산시의 신진 작가 공모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부산시의 신진 작가 공모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처음 실시한 미술 분야 신진 작가 공모전 결과를 두고 지역 미술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8월 미술 분야 실력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여는 ‘부산 커넥티드(BUSAN CONNECTED) 신진 작가 아트쇼’ 공모를 실시했다. 젊은 미술인의 활동을 지원해 문화 도시, 부산의 위상을 알리고 많은 작가들이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공모, 지원 사업이 문화재단을 통해 진행됐던 것과 달리 부산시가 직접 공모전을 진행하고 지역의 젊은 미술 작가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공모전 결과가 알려지며 지역 미술계는 부산시의 미숙한 진행에 큰 아쉬움과 실망을 토로하고 있다.

부산시는 전문가 심사를 거쳐 ‘부산 커넥티드(BUSAN CONNECTED) 신진 작가 아트쇼’ 공모전에 10개 팀 20명의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10일간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내 금고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공모전에 최종 선정된 10개 팀 중 부산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거나 부산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4개 팀이며 6개 팀은 타 지역 신진 작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지역 미술계는 “부산시가 굳이 시비 1억 원을 들여 타지역 작가를 지원한 꼴이다”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역 미술계 한 인사는 “지역의 시각예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부산 혹은 부울경 출신이거나 부울경 지역의 학교, 현재 부울경에서 작업하는 작가 등 지역과 관련해 어떤 식의 장치가 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미술계 전반에 영향력을 높이고 행사 홍보를 하기 위해서 지역보다 전국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따로 접수나 심사에서 부울경 작가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전국 작가들끼리 교류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지역 미술계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라고 일축한다. 부산시가 그런 목적이 있었다면, 당선 작가가 부산에 머물며 작업한다거나 지역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하는 등 지역 예술 현장과 연계 계획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지역 문화재단은 그 지역에서 작품 활동이나 전시 지원을 받았다면, 작가는 일정기간 머물며 작업을 하거나 지역 주제 작업물로 전시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번 공모전은 입찰을 통해 지역 문화기획사인 AML이 맡았는데, 접수된 83개 팀 중 40개 팀을 가리는 1차 심사를 외부 심사위원이 아니라 기획사 자체로 진행했다는 점도 아쉽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기획사 관계자는 “2차 심사는 전문 위원을 초빙해 진행했다. 기획사 담당자가 예술계에서 오래 일한 이들이며, 평소 알고 지내는 갤러리 대표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1차 심사에 함께 했다. 1차 심사는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가려내는 정도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지역 미술계의 여론을 듣고 있다. 첫 행사였던만큼 아쉬운 점이 있다. 내년 행사는 지적 사항을 보완해 지역 미술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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