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4-10-23 14:46:26
가무악(歌舞樂)을 갖춘 한국 전통형 오페라는 가능할 것인가.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정윤)이 25~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릴 제90회 정기 공연 무가(舞歌) ‘용호상박’이 그 가능성에 도전한다.
판소리 ‘적벽가’를 춤극으로 승화시킨 ‘용호상박’은 2014년 ‘국수호의 춤의 귀환’에서 16분짜리로 초연한 남성 협무(2인무)로 시작해 2021년 이정윤 예술감독에 의해 부산시립무용단 정기 공연 춤 ‘본색’에서 32분짜리 중편으로 진화했고, 올해는 시립무용단 단원 50여 명이 출연하는 65분 분량의 장편 공연으로 완성된다. 이 예술감독은 ‘용호상박’ 초연 당시 국수호 무용가와 30년의 세대를 초월한 2인무로 주목받았다. 이번 작품은 원작 국수호 연출과 이 예술감독의 협력 연출·안무로 부산시립무용단이 완성했다.
이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 콘셉트는 가무악을 갖춘 한국 전통형 오페라”라며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한승석이 작창하고, 김태영 음악감독이 10인의 라이브 연주로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무용단 측은 “대립과 분쟁의 허무함과 전쟁의 공허함을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로 담아 공존과 화합의 시대에 놓인 우리들의 초상을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인트로 △1장(조조의 호기) △2장(동남풍) △3장(자룡의 활) △4장(화공) △아웃트로 등으로 구성된다. 내용은 제갈공명과 견주는 또 한 명의 책사, 봉추라 불리는 방통이 적벽대전 중 중용되는데, 이때 큰 배와 작은 배를 적절하게 배치해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육지처럼 삼는 ‘연환계’를 제안해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서는 필요한 동남풍을 불러 모으는 공명의 계책과 공명을 없애려는 주유의 사주, 조조를 무찌를 화공을 준비하는 조자룡의 화살 이야기 등이 전개된다.
이번 작품에는 60여 분 내내 등장하는 소리꾼 역할도 남다르지만, 소리꾼이 타악도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려주는 판소리이다. 대신, 기악 연주는 최소화해 해금 가야금 피리·생황 한국전통 특수타악 등으로만 구성한다. 김태영 음악감독은 “10명의 라이브 연주자 중 6명의 소리꾼은 판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북도 치면서 연주한다. 전쟁 신이기도 하거니와 소리만 하면 임팩트가 없어서이다. 무용극이어서 극적인 효과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예술감독은 “구성 자체가 가무악이 다 들어가는 종합예술 작품이다. 흔히 부산은 춤은 강하지만 소리에 대한 콘텐츠가 많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큰 듯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앞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생길 경우, 한국형 오페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전통과 창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밸런스를 잘 맞춰서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관객 여러분의 애정과 따뜻한 격려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국수호 안무가도 “바람직한 춤의 증폭 현상이다. 발레 ‘백조의 호수’도 듀엣부터 시작했다. 그게 장편으로 늘어나고 100년이 흐르면서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다. 한국 춤 ‘용호상박’도 그렇게 다듬고 아껴져서 세계적인 한국 춤 유산이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번 공연은 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후 3시 총 2회로 진행되고, 입장료는 R석 3만 원, S석 2만 원이다. 문의 051-607-6000(ARS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