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0-24 16:47:27
22대 국회 들어 여야 공방으로 파행이 일상화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국정감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태규 방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의 정회 중 부적절한 발언이 촉발한 여야 공방으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것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날 과방위 종합 국감에서는 오전 11시 50분께 감사장에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직원이 정회 중 갑자기 쓰러졌고, 이 돌발 상황이 파행의 발단이 됐다. 주변 참석자들이 119구급대원 도착 전 응급조치를 시도하던 상황에서 김 직무대행은 “XX,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욕설을 하며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지금 뭐 하시는 건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다”고 쏘아붙이자 김 직무대행은 “기다리긴 뭘 기다리느냐”고 반박한 뒤 말리는 보좌진들과 함께 회의장에서 나갔다.
노 의원은 쓰러진 직원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 회의가 속개되자, “김 직무대행이 정회 도중 ‘숫자로 열여덟’이라는 욕설을 했다. 또 ‘다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며 국회 차원의 조치를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요구했다. 김 직무대행은 “욕을 한 기억은 없다”며 “정회 중에 일어난 일인 데다, 개인적 한탄을 표현한 것이지 누구를 특정해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들은 건 뭔가. 그러니까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직무대행이지만 장관급인데, 저럼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일제히 김 직무대행을 비난하고 나섰고, 김 직무대행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더 모욕적”이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김 직무대행에게 사과를 거듭 요구하는 최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향해 “왜 이렇게 편파적으로 진행하느냐"고 반발했다.
여야 간 이 문제를 두고 고성과 설전이 이어지자 급기야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김 직무대행에게 “국감 중 직원이 쓰러진 와중에 ‘사람 죽이네’라고 하느냐, 저 자는”이라고 소리를 쳤고, 이에 김 직무대행이 “저 자라니요”라고 고성으로 항의했다. 김 의원이 더 나아가 “인마”, “저 자식”이라며 손가락질과 고성을 이어갔고, 김 직무대행도 “지금 뭐 하자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잠시 뒤 “김 직무대행과 언쟁하면서 심한 표현 쓴 것을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김 직무대행은 계속되는 사과 요구에 “사과하더라도 상황을 살펴서 하는 게 맞다”며 사과 표명을 유보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회의장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틀었고, 영상에는 김 부위원장이 욕설을 하는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담겼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자체는 인정하고 유감”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한 말이고 누군가를 특정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나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그건 사과가 아니다. 사과할 의사가 없는 걸로 알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대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국회증언감정법상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안을 상정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더 심한 욕설을 한 김 의원에 대한 조치는 하지 않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고발안은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고 회의는 곧이어 정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