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4-11-24 18:13:10
부산 온천천과 수영강은 지역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이다. 온천천은 금정산 골짜기에서 발원해 금정·동래·연제구를 거쳐 수영강으로 흐른다. 수영강은 기장군 용천산에서 시작해 금정구 회동수원지와 해운대구 센텀시티 등 도심을 거쳐 수영구 수영만으로 이어진다.
두 하천은 많은 시민이 쉽게 찾는 친숙한 공간이지만 구간별로 관리 주체가 부산시, 낙동강유역환경청, 동래구, 연제구, 금정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통합적인 브랜딩 구축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일관된 개발과 정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전거와 ‘아찔한 산책’
최근 부산 지역 디자인 전문가들과 함께 동래구 온천천 일대를 찾았다. 온천천은 하천을 사이에 놓고 관할 구청이 다르다. 한눈에 봐도 벤치나 펜스, 안내판 등의 디자인이 통일되지 않아 보였다. 보행로나 시설물을 준공한 뒤에도 부분적으로 수리하는 시기가 다르다 보니 색감, 디자인, 패턴 등도 구간마다 제각각이었다.
무엇보다 이용객 관점에서 설계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대표적으로 동래구 산책로의 경우 보행로가 하천에 인접해 있어 보행자가 편하게 산책하며 하천을 조망할 수 있었다. 반면 연제구로 들어서면 보행로가 아닌, 자전거 도로가 하천에 인접해 있었다. 길을 걷던 시민 2명이 하천에 접근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침범하다 달리던 자전거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순간도 생긴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의 폭도 아쉬웠다. 보행로의 경우 성인 남성 보폭으로 세 걸음 정도의 너비였는데 자전거 도로가 약 다섯 걸음 정도로 더 넓었다. 자전거 도로보다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설계였다.
수안동 연안교 아래는 최근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대리석 의자가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와 근접해 있어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이용객에게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게다가 차가운 대리석 특성상 날씨가 쌀쌀해지는 철에는 이용이 어려워 보였다. 점검 당시에도 의자에 앉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구간별 주민 수요부터 찾아야
온천천은 총 길이 14km, 수영강은 28km다. 하천을 찾는 시민들도 다양하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권역별 강점을 살리는 공공디자인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이용객 수요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 원장은 “관 주도의 디자인 행정에서 탈피해 실제로 이용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며 “공공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통합 협의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김유준 과장은 “미국 시카고의 경우 하천이나 해변에 대한 별도의 장소 브랜딩과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다”며 “특히 성별이나 나이, 신체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 친수 공간과 주변 상가 등에서도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