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4-11-24 17:07:54
집권 후반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내세운 인적쇄신의 속도가 갈수록 더뎌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 개편 및 개각에 대해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권에서는 인적 쇄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지 20여일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인사에는 민생을 위한 예산 통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 일정도 함께 고려돼야 하고, 검증 절차에서도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언론에서 많이 앞서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내년 예산안 통과는 빨라야 12월 중순이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내년 1월 20일이어서 사실상 올해 안에 인사가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참패한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지만 실제로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교체만 있었을 뿐이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런 저런 정치적 일정이나 대외환경을 고려하면 인사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또다시 인사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적쇄신의 내용에 있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총리 후보군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여당의 중진 또는 친윤계(친윤석열)여서 아무런 감동없는 ‘회전문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음주운전으로 징계받은 강기훈 선임행정관의 사표 제출이나 강훈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 철회를 쇄신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여당의 한 인사는 “당연히 나가야 할 사람이 사표를 낸 것을 인적 쇄신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정 전반에 대한 재정비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수석급 이상의 대대적인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