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도광산 추도식 보이콧

‘신사 참배’ 일본 측 진정성 논란
시민모임 “퍼주기식 외교 결과”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2024-11-24 18:02:22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한국 측 참석자를 위한 좌석이 텅 빈 채 반쪽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한국 측 참석자를 위한 좌석이 텅 빈 채 반쪽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 노역했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에서 24일 한국과 일본의 불협화음 속에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단체 주최로 ‘반쪽짜리’ 추도식이 열렸다. 한국 유족 등 한일 정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는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등이 문제가 되면서 한국 정부가 행사 하루 전 전격 불참 결정을 내렸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사도섬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자국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과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 등이 참석했다.

추도식이 한국 보이콧 속에 반쪽 행사로 치러진 데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 참의원(상원) 초선 의원인 그는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쿠이나 정무관이 일본 정부 대표를 맡은 것은 한국 유족들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 강제 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점에서다.

한국 측에서는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과 박철희 주일 한국 대사 등 외교부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한국 유족 9명은 이미 일본에 도착한 상황이라 한국 정부는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별도 추도식을 개최한다.

이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모하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정부의 불참 결정은 퍼주기식 외교에 따른 결과”라며 “징용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야 하는 추도식에 우익 성향의 인사를 보낸 일본 정부는 한국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태평양전쟁 때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 사도광산엔 식민지 조선인 1500여 명이 강제 동원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으며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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