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4-12-09 18:12:10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내년도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부진 속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잇따라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권구훈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6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계엄 사태에도) 수출 약세와 소비 회복이 지연된다는 기본 전망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한국 주식에 반갑지 않은 정치 리스크가 추가됐다”며 “내년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비중 축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 연구 기관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1.7%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 당시 2.2%보다 0.5%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 동향 12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