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부일시네마’가 빚어낸 소통과 공감의 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5-01-22 11:13:44

영화 ‘아임 유어 맨’. 콘텐츠게이트 제공 영화 ‘아임 유어 맨’. 콘텐츠게이트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새해 첫 상영회가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21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약 70명의 관객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독일 SF 로맨스 영화 ‘아임 유어 맨’(2021)을 단체 관람했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최우수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AI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녀’(2014)를 연상시키는 색다른 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르가몬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참여한 특별한 실험에서 자신을 위해 프로그래밍 된 맞춤형 휴머노이드 로봇 ‘톰’(댄 스티븐슨)과 3주 동안 동거하게 된다. 알마는 처음엔 톰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경계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톰에게 호감을 느낄수록 알마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고뇌에 빠진다.


영화 ‘아임 유어 맨’. 콘텐츠게이트 제공 영화 ‘아임 유어 맨’. 콘텐츠게이트 제공

영화는 말 그대로 로봇처럼 구는 로봇 캐릭터를 활용한 재치 있는 유머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스토리다. ‘인간다움’과 사랑의 의미에 대한 고찰도 자연스레 담아냈다. 나아가 삶의 원동력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점을 생각게 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로봇에게 마음을 빼앗길수록 혼란을 느끼는 주연 배우 마렌 에거트의 명연기도 일품이다.

이날 상영회 중 객석에선 수시로 웃음 소리가 들렸고, 때로는 다함께 탄식하며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는 ‘공동경험’도 즐겼다.

영화 상영 이후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모더레이터로는 예술아카데미 ‘나빌레라’의 권은화 대표를 초청했다. 권 대표는 “여자 주인공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감상해 봤는데,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깨달았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21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권은화 나빌레라 대표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21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권은화 나빌레라 대표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자신을 만학도라고 밝힌 중년 여성은 “돈 많이 벌어서 저런 남자친구를 가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한 첫 소감 덕에 속내를 터놓는 진솔한 소감이 이어졌다. 아직 연애 경험이 없다고 밝힌 한 남성 관객은 “저런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는 ‘AI와의 사랑에 대한 모순과 경각심’에 주목한 평가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처음엔 저렇게 내 감정을 다 이해해 줄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사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경계해야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철학적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여성 관객도 “톰이 결국 주인공 맞춤형 로봇이지 않나. 주인공의 과거와 취향 등 모든 걸 알고 제작된 것”이라며 “프로그래밍에 따라 내가 원하는 행동만 한다는 것이 조금은 소름 돋고 무섭다. 결말에 공감이 잘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AI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AI가 인간과 어디까지 가까워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할리우드에서 다룰 법한 소재인데 독일 영화라니 신선하다”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 등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다.

삶의 태도에 관한 소감들은 주변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모퉁이극장을 처음 찾았다는 한 관객은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처럼 나에게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상을 남겼다.


21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일부 관객들이 영화 ‘아임 유어 맨’을 감상한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21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일부 관객들이 영화 ‘아임 유어 맨’을 감상한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다른 관객은 “영화를 보며 인간의 불완전성을 느꼈다. 극 중 주인공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고독을 느끼고 주변 등장인물들은 감정과 질병의 영향을 받지만, 로봇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완벽한 존재로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말미의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불완전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저도 살면서 상대방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이런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게 사랑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인간다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사람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소통은 공감을 하고 또 공감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지 않나”고 반문하면서 “지금 우리가 하는 게 소통이고 공감이다. 지금 우리는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퉁이극장 측은 커뮤니티 시네마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영화 포스터를 선물했다. 또 좋은 평가를 남긴 관객 5명을 선정해 별도 기념품도 제공했다.

한편,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이번 상영회의 경우 마지막 주 화요일이 설 연휴인 점을 고려해 한 주 앞당겨 진행됐다. 다음 상영회는 2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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