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 2025-01-21 17:40:42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부산 BNK가 2위 아산 우리은행과 승차가 1.5경기 차로 좁혀지면서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부산 BNK는 지난 19일 용인 삼성생명에 61-65로 패해 21일 현재 15승 6패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우리은행은 13승 7패, 3위 삼성생명은 13승 8패로 1위 BNK를 각각 1.5경기와 2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BNK는 24일 우리은행과 사직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팀간 4차전이었던 지난 12일 경기에서 BNK가 56-73으로 대패해 시즌 맞대결 전적에서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BNK는 후반기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24일 우리은행과 경기에서 만약 패한다면 시즌 첫 연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또 팀 주포인 박혜진과 이소희, 두 국가대표 출신 가드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박혜진은 플레이 도중 발목을 다쳤고, 이소희는 고질병이던 족저근막염 때문에 결장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올 시즌 고향팀인 BNK로 오면서 주장직을 맡은 박혜진은 아시아쿼터인 이이지마 사키와 함께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소희 역시 많은 활동량을 통해 공격에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BNK 박정은 감독은 “모든 팀들이 장기 레이스를 통해 고비를 겪고 있고, 우리 팀은 바로 지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축 선수 2명이 갑자기 빠진 게 처음이다. 시즌 자체가 타이트하다 보니 부상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이 올 시즌 리그 우승을 하려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후반에도 떨어지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베테랑과 주전들이 리바운드, 몸싸움 등 수비에 힘을 쏟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체력이나 슈팅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백원 요원, 즉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식스맨 자원들을 경기에 많이 투입시키고 있다.
여전히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벤치 멤버들의 기량도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하나은행전에서는 김민아와 박성진, 변소정, 심수현 등 백업 자원들이 제 몫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식스맨 중 최근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는 김민아와 박성진이다.
김민아는 지난 9일 인천 신한은행과 경기에서 스타팅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2022-2023시즌 데뷔 이후 53경기 만에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것이다.
김민아는 이날 공격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과감하게 골밑 돌파를 하며 자유투를 얻어냈고, 3점포까지 성공시키면서 팀이 필요할 때 득점을 올려줬다. 물론 이날 이이지마 사키(21점)와 김소니아(16점), 안혜지(14점)가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졌지만, 백업 자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날 17분 50초를 뛰며 7득점을 올린 김민아는 “언니들이 부상으로 빠져서 저희끼리 수비나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 선발로 나가다 보니 많이 떨렸다”고 밝힌 그는 “감독님도, 언니들도 (내가) 긴장하면 불안해 하니까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 차가 되는 김민아는 수원여고를 졸업하고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BNK에 입단했다.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월 13일 하나원큐전(현 하나은행)에서 경합 도중 착지하면서 왼팔꿈치 인대 파열을 당하고 말았다.
6개월의 재활 과정을 거친 김민아는 작년 7월 중순 코트에 나서는 등 빠른 회복을 거쳤고, 시즌 들어서는 식스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줬다. 그는 “너무 아쉽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빨리 복귀하고 싶어서 재활을 강하게 했다”며 “그만큼 재활이 빨리 잘 돼 팀에 빨리 복귀할 수 있었고 비시즌 훈련 다 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민아는 자신에 대해 설명하며 “장점은 3점슛이 나쁘지 않고, 수비할 때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며 “공격할 때 적극적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신한은행전에서는 박성진과 변소정이 백업 멤버로 출전해 상대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홍유순과 타니무라 리카가 버티는 골밑은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박성진과 변소정이 잘 버텨줬다. 전반에 10-21로 밀리던 리바운드 숫자도 경기 종료 시점에서는 오히려 34-28로 역전했다.
185cm의 큰 키에 골밑 지배력을 갖춘 박성진은 BNK 빅맨의 미래로 평가받는 선수다.
박성진은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3경기에서 평균 3분 14초 동안 코트에 나섰다.
박 감독은 “박혜진의 이탈로 수비에서 너무 큰 공백이 생겼다. 매 경기 리바운드랑 수비가 중요한데 박성진이 박혜진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면서 “부상 선수가 많은 우리 팀은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가뜩이나 상대 팀들은 높이가 다 좋다. 박성진이 박혜진을 대신해 기존 선수들과 얼마나 빨리 호흡을 맞춰 경기 흐름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어 “김민아나 박성진 등 벤치 멤버들이 경기 때마다 부담이 됐을텐데도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한 발 더 뛰고 똘똘 뭉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박성진도 “경기를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벤치에서 언니들의 플레이를 많이 봤다. 언니들의 많은 기술도 봤다. 그게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